우리가 자연을 포기하면 자연도 우리를 포기할 것이기에.. 55일째(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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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일째



영산강을 따라 길을 걸었습니다. 오늘 하루 걸었던 길로 인해 몸은 피곤한 하루였지만 마음에는
평화가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처럼 영산강에도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영산강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래봅니다.


<생태적 가치와 감성이 배제된 사회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자연의 소리와 함께 시작한 하루 일정>

하루의 일정이 밝아왔습니다. 어제 순례단의 숙박 장소는 영산강 제방 옆 농경지 도로변이었습니다.
밤새 밝은 별자리를 볼 수 있었으며, 주변에는 어둠만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고요했습니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새소리만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자연의 소리를 접하면서
맑은 영혼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오늘 순례단의 아침은 농경지 수로의 갈대밭에서 바삐 움직이는 새들의 소리와 함께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순례단의 출발 장소은 남창천 다리 공사장 인근 공터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평지에 저런 대규모 교량 공사를 하겠다는 생각이 가능하였는지 궁금한 공사장이었습니다.

 



오늘 순례단의 하루 일정은 강진에서 먼 길을 달려오신 ‘사랑의 씨튼(Seton) 수녀회’ 수녀님들과 함께
“예수님께서 부활 하신 후 3주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바람으로 예수님을 만나는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라는 김규봉 신부님의 기도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순례단의 여정은 영산강 하구 제방을 따라 무안군 남창천 다리 공사장에서 비로촌 - 영화정 -
두무동 - 일로읍 정화처리장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진행하였습니다.




오늘 순례단은 영산강 강변을 지날 계획이었으나, 거미줄처럼 복잡한 농로 속에서 한동안 방향을
잃었습니다. 때문에 초기 계획과 다르게 청호나루터 및 구정리, 소댕이나루 등을 살펴보지 못하고,
거친 바람과 함께 넓은 간척지를 이동하였습니다. 덕분에 걷는 발걸음은 힘들었지만, 도로변에 핀
개나리와 수많은 들꽃으로 인해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였습니다.
 



오늘 순례단이 걸어온 길에는 하천변의 이름 모르는 들꽃도 봄이 오면서 깨어나 자연의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순례단은 운하를 만들겠다는 사람들도 강물이 유장한 세월동안 흘렀던 그 속도로 자연과
함께 공명하고, 포크레인과 화물선의 굉음이 아니라 새소리와 바람의 소리로 영혼을 일구는 아침을
맞이하는 평화를 맞이하기를 기원해봅니다.


오늘 순례단은 수녀님들의 합창으로 ‘기대’와 ‘사랑한다는 말은’ 이라는 노래와 참 예쁘게 삶을 가꾸어
가려는 신혼부부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이라는 아름다운 노래로 한 몸이 되었으며, 일로읍 하수
처리장에서 “한 걸음 내딛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누구든 한마음을 내고 그 마음이 누구를 위한 마음이든
소중합니다. 하나님께서 눈을 뜨게 해주시어 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첫걸음도 하나님께서 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행복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 부처님께 기도합니다.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라는 김민해 목사님의 기도로 하루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루 순례길은 피곤하였던 날이지만, 마음의 평화와 생명의 강을 위한 기도는 계속되었던 하루였습니다.


<하천 직강화와 운하 그리고 자연하천>

순례단은 강을 찾아 가는 여정에서 대부분 인공적인 제방의 길을 만나고 있습니다. 특히 하구와 도시
지역을 지나는 강과 하천 주변은 대부분 둔치조차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간이 많으며 일부는 높다른
옹벽을 쌓거나 시멘트 제방으로 조성된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번 낙동강 지역의 순례에서도 동일한 부분을 지적하였습니다. 둔치는 자연의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요한 강과 하천은 애초 물길이 지나는 공간을 농지 및 도시 용지로
편입하여 물길 폭을 줄이고 하천을 관리한다는 이름으로 높다란 제방을 쌓아 관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운하와 관련하여 운하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운하가 자연(생태)하천이라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상 이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는 말에 불과합니다. 영산강 운하를 주장하는 분들의 자료를 보면,
몽탄대교를 전후로 한 지역에서부터 상류인 광주 광신대교까지는 거의 모든 하천에서 대규모 준설
불가피합니다.


특히 수로 단면을 볼 경우 이들이 주장하는 ‘운하=자연(생태)하천’ 이라는 주장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운하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수로의 안정적인 종․단면이 필요하며, 이는 낙동강이나
영산강 모두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또한 약 100미터에 달하는 화물선의 안정적인 운행을 위해서는
사행천 구간은 모두 직선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운하의 단면도는 목욕탕 욕조와 같이 단순한 지형의 하천이 필요합니다. 수심이 낮은
지역은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위와 같은 모습으로 준설이 필요하며, 수심이 깊은 지역 역시 토사의 퇴적과
쌓임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준설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환경부가 주장하는 생태하천은 위의 운하추진론자들의 주장과는 천양지차의 모습입니다.
오히려 기존의 콘크리트 제방의 일부를 자연의 공간으로 환원이 필요합니다.
 



위의 그림은 환경부가 발간한 ‘환경백서 2007’ 중 P.530에서 인용한 그림입니다.
잠시 환경부의 ‘환경백서 2007’의 관련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환경부는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종전의 하천정비사업은 퇴적오니 준설이란 명목으로
골재채취, 각종 체육시설이나 공원, 주차장 등을 설치하여 둔치를 위락공간화하거나, 하천의 직강화,
호안과 제방에 콘크리트 타설, 하상의 인위적 정비 등에 중점을 두어 하천의 자연적 모습과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
하였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하천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생물의 서식환경이 파괴된 인공적인 하천의
모습만이 남게 되었다” 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운하를 강력히 주창한다고 하는 환경부 장관과 차관은 이와 다른 주장을 할지 모르지만,
환경부에서 아직까지 자연형 하천의 개념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환경부 장차관을 비롯하여 운하를
주장하는 분들은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과 금강이 운하로 이용되게 되면 곳곳에 위락단지를 조성하고
주변에 생태공원을 조성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생태적 기능이 단절된 인공적인
조형공원에 불과할 뿐입니다.


또한 앞서 환경부에서 지적한 내용과 같이 강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각종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 둔치를 체육시설과 공원 및 주차장 중심의 위락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은 자연의 공간으로
생태적 기능이 연결된 강과 하천을 인공적인 조형 공원에 불과한 청계천과 같이 만들겠다
발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산업화 과정에서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국토와 자연생태계를 많이 훼손했으며,
이미 그 상황은 회복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자연의 흐름과 대립되는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도 많이 부족해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삶의 방식은 기존의 그것과는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자연을 포기하면 자연도 우리를 포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태적 가치와 감성이 없는 사회. 그것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강진 지역에 있는 ‘사랑의 씨튼 수녀회’는 오늘 순례길에 참여하기 위해 몇일 전부터 순례단의 정확한
위치 및 합류 방법에 대해 문의를 해 오셨습니다. 이윤경 크리스티나 수녀님은 오늘 9분의 수녀님과
함께 “항상 함께 하시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수련 때문에 그동안 참여를 하지 못하다가 기회가 닿아
오늘 순례걸음을 함께 하셨다” 합니다.


참여하는 순례길도 다르고 사시는 지역도 다르지만, 따스한 마음이 같은 분들을 만날 때면 어려운
순례길도 무척 평안해집니다. 수녀님의 “운하 저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라는 한 말씀에
마음 든든합니다. 수녀님은 걸으시면서 “자연이 그대로 숨쉬며 살아가길 바라며, 하느님이 주신 자연을
지킬 수 있도록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신다 합니다. 묵묵히 묵주를 돌리시며 기도하시는 수녀님의 간절한
정성에 하느님도 귀 기울이시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나라일을 생각하는 위치에 계신 분들도 이러한
마음에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생명평화결사’에서 활동하시는 김도형님은 “강을 따라 걸으면서 차차 운하와 자연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운하 정책과 관련하여 운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해 주셨는데 “사실 제
삶을 바라보았을 때, 그 동안 생태, 물에 대한 소중함을 부르짖었지만 현실적인 삶은 다른 것 같았다.
어쩌면 작은 휴지 하나 소중하게 생각지 않았던 것을 보면 내 자신이 자연, 생태를 파괴하고 있었다”
라고 합니다.


운하가 단지 한 사람의 정치인이 만든 산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경제제일주의라는 욕망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점에서, 사회 구성원 개인이 “청정범행(淸淨梵行)의 길을 가지 않으면 뜻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서는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김민해 목사 / 김규봉 신부 / 홍현두 교무 / 김현길 교무 / 수경스님 / 도법스님 / 연관 스님 / 지관 스님 / 박남준 시인 / 이원규 시인이 함께하였습니다.


하루 순례길 동참자로는 ‘사랑의 씨튼 수녀회’의 이윤경 크리스티나 수녀님 외 9분의 수녀님이 함께 하였으며, 목포에서 오신 김윤정님, 광주에서 온 김여진 학생 외 3명, 광주에서 오신 김강제님, 생명평화결사의 김도형님 외 5명,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의 김창민님, 광주생명의 숲에서 활동하시는 김창민 김경일님 등 / 봉만수․여은영 부부 외 6명(해남,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이 참여하였습니다.
 



오늘 순례길은 처음 시작하는 지점부터 중간 및 종료 지점까지 모두 평야지대의 농경지였던 관계로 합류가 쉽지 않았던 지점입니다. 오늘 하루 순례길에 참여하신 분들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일정 안내>

● 제56일 / 4월 7일(월) : 무안군 일로읍 정화처리장 - 일로읍 돈도리 제방 - 용다골 - 양도리 -
몽탄면 당호리 - 몽탄대교 - 몽탄나루터 - 석포정 - 계룡동 -
구산리(대치천 밤고개 입구)



● 제57일 / 4월 8일(화) : 무안군 몽탄면 구산리 - 신학동 - 잉어산 - 배다리 - 해창 -> 이후
1)안 함평군 함평천 도강 - 학교면 중천포(이별바우산 아래)
2안) 함평군 사포교 - 학교면 망원동



● 제58일 및 59일 / 4월 9일(수)~10일(목) : 총선 및 정비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영산갈살리기운동본부의 김도형님이 길안내와 지역에 대한 설명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4. 6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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