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졌으면 좋겠다? - 모호한 주체는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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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우리말에 관심을 가지고 책도 보고, 블로거뉴스도 보면서,
제가 생각보다 수동태 문장을 많이 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말에는 수동태 문장이 없다고 합니다.
있어도 거의 쓰이지 않았다고 하기도 하고요.
영어의 홍수 속에서 영어의 영향을 받아서 많이 쓰이고 있다고 본 적도 있는 것 같네요.
- 물론 저는 국어 전공이 아니라서, 어느 말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골프장으로부터 굴업도를 지키고,
몽중산 다원의 유기농 녹차를 지키겠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면서,
"굴업도가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유기농녹차가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을 불쑥불쑥 했던것 같습니다.

지켜졌으면 좋겠다....

구글에서 찾아봤습니다.

지키는 것과 지켜지는 것의 차이가 있더군요.

지키는 것은 "내가" 지키겠다는 말이고,
지켜진다는 것은 "누가" 지켜준다는 것이겠죠.

세상을 만든 조물주가 골프장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으신다면,
'지켜졌으면 좋겠다'가 맞는 말이겠지만,
세상에는 조물주의 존재를 안 믿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말은
(나는 별로 생각이 없는데... 힘들기도 하고 말이지.. 그러니까, 누군가가) 지켜줬으면 좋겠다.
의 의미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물론 말을 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내뱉은 말이지만,
우리말의 의미를 잘 살펴보니...
발 담그지 않고 한번 그냥 지켜보겠다는 은근한 생각이 담겨 있는 말 같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굴업도를 지키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을 쓰려고 합니다.
가만 보면, 생각보다 지켜지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조물주를 믿고 있어서인지도. ㅋㅋ)

그런데, 수동태라는 것은 영어에서 많이 쓰이는데요.

예전에 영어시간에 자주 능동태(active voice)를 수동태(passive voice)로 바꾸는 연습을 했더랬죠.
예를 들어,
I remember this place. => This place is remembered by me.
(음. 예제가 완전 거지같군요ㅋㅋ)

그런데, 영어 작문법으로 유명한 Struck & Whilte 의 The Element of Style 이라는 책에 보면,
14. Use the active voice
라고 되어 있습니다.
가능하면 능동태를 써라 이거죠.

과거에 논문들을 보면, 정말 수동태가 많습니다. 수동태 문장은 왠지 보면 있어보이거든요.
    Rural poverty was studied by the authors by using the data obtained as a result ...
이런 식이죠. 물론 내가 한 연구가 워낙 중요하기에, 연구의 대상이 주어로 나오기도 합니다만,
요즘에는 가능하면 능동태 문장으로 바꿔쓰라고 합니다.
    The authors studied rural poverty using the data obtained as a result...

이유야 저는 잘 모릅니다만,
아래 능동태 문장이 훨씬 짧고 명확하고 깔끔합니다. 그러기에 이해도 더 쉽고요.

이처럼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로 능동태를 쓰면 주체가 명확해집니다.
마치 제가 '굴업도를 지키면 좋겠습니다'라고 할 때,
<나는 물론 굴업도를 지키겠지만, 여러분도 저와 같이 지키면 좋겠습니다>
라는 의미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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