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서울이 멀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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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계신 대구를 떠나 대전에서 8년을 살다, 작년에 서울로 올라왔다.  
대전에서 대구야 무궁화로 2시간이고, KTX를 타면 1시간하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여서 그리 멀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심지어 연휴에도 열심히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클릭을 하다보면, 한자리는 어떻게든 얻을 수가 있었다.
사실 연휴에도 그렇게 클릭질을 하지 않아도 쉽게 얻을 수가 있었다.

오늘은 아빠 생일이다. 
경상도 사람들끼리는 딱히 생일을 챙기거나 하질 않지만, 
엄마가 그건 예의가 아니라면서 매년 아빠 생일 앞 뒤로 주말에 대구에 오라고 하셨고 
거의 매년 이 때 즈음해서 대구에서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조금 나누곤 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아빠 생일이 생신이 되었다. 
특히나 와이프가 첫번째 맞는 시아버지 생신이니 와이프에게 부담이 될 법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아기가 뱃속에 있는데도 생신연에 강행하기로 했고. 
우여곡절 끝에 금요일 저녁에 대구로 가서, 토요일 저녁에 다시 서울로 올라오기로 엄마와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나 역시 우리 집 가풍에 익숙지 않은 와이프와 부모님 사이에서 조율을 하느라, 
이렇게 하기도 쉽지 않고, 저렇게 하기도 쉽지 않아 진땀을 빼다가, 
결정이 되어서 홀가분한 마음에 일단 차편을 알아봤다. 
임신을 하고서는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면 안 된다는 엄마의 이야기에 다시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 



그런데 두둥. 
이게 뭔가, 금요일 밤 시간이 올~ 매진이다. 
거기다가 토요일 점심때까지 전부 매진이다.
거디가다 일요일 서울행 기차까지 전부 매진이다.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른다. 
아직 임신 초기라 와이프가 힘들게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도 좀 그런데... 잘 된 거다. 
그렇게 위안을 했다. 

그런데 
예전에 대전에 있을 때는 기차표가 그렇게 많았는데.. 
혼자 살 때는 한 자리 정도야 어떻게든 클릭하면 생겼는데, 
그것도 안 되면 입석이라도 2시간 정도면 쉽게 대구에 갈 수 있었는데... 

서울이 멀긴 멀구나. 
부모님이 멀긴 멀구나.
내가 이제 멀리 정말 떠나왔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나름 자기 생일에 맞춰서 대구 내려올 아들과 며느리를 기다릴 아빠의 까무잡잡하고 주름진 얼굴과
엄마의 조글조글한 손과 관절염으로 부풀어 오른 손마디가 생각이 나서
가슴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제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겨도 비행기를 타고 KTX를 타고 빨리 갈 수 없을 것만 같아 마음이 너무 무거워진다. 

그래 이게 인생이구나. 
내 식솔이 생기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그 품이 서서히 그리워지는... 이게 인생이구나. 

괜히 못가니까 더 가고 싶고 더 보고 싶고 그러네.
그렇게 그립지도 않게 내 앞만 보고 살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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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Favicon of http://minimonk.net BlogIcon 구차니 2011.12.11 08: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전 고등학교를 포항에서 나왔는데 멀긴 멀더라구요 ㅋㅋ
    포항 - 대전만 해도 한참 걸리던걸요 ㅋ
    물론 전 무궁화를 탔었답니다 ^^;

  2. tawan 2013.05.31 10:1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혹시나 정 가고 싶으시다면 이렇게 해보셔요.
    (집떠나 서울서 산지 10년 넘어가니깐 이런 스킬만 생기네요 ㅎㅎ)

    대구-대전만 끊어도 서울-대구구간은 매진으로 뜨기때문에
    환승을 클릭해서 따로 표를 끊어가거나
    매표창구에서 구간별 자리만 옮겨서 같은 열차 표를 끊거나
    혹은 계속 클릭질을 하거나.. (하면 정말 생깁니다.)

    아내분 몸 상태때문에 못가실 확률이 더 크지만 왠지 슬퍼보이셔서 몇자 남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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