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리뷰 - 2011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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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동료 평가/리뷰를 하라고 한다. 
동료에 대해서 스무 개나 넘는 항목을 채워야 하는 리뷰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그 동료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고,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잘 구분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나의 천하태평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다들 무난해 보이고 개선해야 할 만큼 부족한 점도 보이지 않는다. 아님, 내가 정말 좋은 사람들 가운데서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실제로 다른 부분에 비해서 아쉽다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어도 딱히 그걸 집어내서 개선 필요에 동그라미를 쳐 줄 만큼 독하지도 못한 게 나인걸 어떻게 하라고. :) 

근데 리뷰를 하면서 돌아보니, 이제 회사에 들어온 지도 일년이 훌쩍 넘었다.
일년이 넘는 동안 내 업무 태도와 성과에 대해서 회사 기준에 비추어 스스로를 돌아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일년은 그저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살고 있기도 하고.

그러다가 동료들의 리뷰에 하나하나 동그라미를 쳐나가다 보니, 나 스스로를 평가해 보는 것도 꼭 필요하겠다 싶었다. 나 스스로를 냉철하게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먹고 책임이 늘어감에 따라,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도 박하게 매섭게 냉정하게 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우리 가카처럼 또는 역사 속에 새겨진 무능한 주권자들처럼, 나 스스로를 포근한 담요 속에 싸 두고는 발전을 멀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 스스로를 좀 냉정하게 박하게 평가를 매겨봤으면 했다. 대신 셀프 리뷰에 대해서는 고과를 매기기는 없기다. 

일처리 능력, 디테일
일 자체가 내가 원래 하던 일과 그리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에 적응하는 일은 그리 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무에 적응하고, 필요한 일을 찾아 하는 것에는 매우 약하지 않았나 싶다. 좀 더 시간을 투자하고 집중을 했다면, 지금 쯤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몇 몇 도구들을 내 손으로 만들어둘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학교 1학년 선생님이 내게 해 주셨던 코멘트처럼, '시키는 것은 잘 합니다' 자세로 일을 해 온 것은 아닌가 싶다. 시키는 것 이상의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한 듯 하다. 물론 이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닌데. 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 하는 것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가 자칫 시킨 일도 못할까봐 괜히 혼자 속앓이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버린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하다보니, 좀 더 디테일하게 일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정보공유
이거 뭐, 내가 새로이 찾고 공부하는 것이 있어야 정보 공유를 하지... 물론 내게 주어진 업무 가운데 알게 된 새로운 것들에 대해서는 몇 차례 발표를 통해 공유하긴 했지만. 그건 내 업무 가운데서 한 것이어서, 내세울 것이 못 된다.

아이디어
새로운 아이디어는 많았는데, 어디 정리를 해 두지 않으니, 그저 바람처럼 불어가고 다시 찾기 어려운 것 같다. 어디 한 군데 잡아 두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근데, 회사 위키나 블로그는 불편하고, 그렇다고 그냥 외부 블로그에 남겨두자니, 보안 때문에 겁나서 이거뭐... 에버노트 같은 것에 정리를 해 두어야 할까보다. 어디 좋은 도구가 없나...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많은 정보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지난 일년 동안은 새로운 정보를 찾는 데 시간을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일정준수, 대응력, 책임감, 적극성
주어진 일은 잘 했다고 생각했기에 일정준수, 대응력, 책임감은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역시나 여기서도 아쉬운 것은 학교와 회사의 구분을 아직도 칼로 두부 자르듯이 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혼이 나야, 좀 더 더 깊이 생각하고 정리를 하는 것 같다. 그냥 팀장님이 넘어가면, 나도 구렁이 담 넘듯이 넘어가 버린 적이 매우 많다. 그 만큼 열정이 없다는 의미도 되고. 일이 재밌는데, 더 깊이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결국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또는 내가 집중을 잘 안 한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결국 열정과 적극성은 같이 가는 것인데, 나는 둘 다 집에 두고 온 듯 하다. 

감정기복
감정 기복이 너무 없어서 탈인가... 열정이 모자란 것과 내 감정기복에 변화가 없는 것은 같은 의미인가... 어쨌든 허허 웃는 내 성격이 회사에서 지내는 동안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 설득력, 갈등해결, 관계형성, 팀웍
커뮤니케이션에는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내 아이디어가 있는 경우 남을 설득할 자신은 있다. 물론 내 아이디어가 좋아야 말이지... 그리고 물론 잘 보이진 않겠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나름 힘써왔다. 내 위치가 새로 팀에 조인하신 분들과 기존의 팀원들 사이에 있어서, 내가 역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같다. 팀장님이 너무 빡빡하게 갈구시면, 뒤에서 좀 도와주고 풀어줄 수 있는 간식 타임을 제안하는 정도? 역시 갈등해결은 윗선에서 해야 하는데, 관리라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서... 사람들 사이에 능력을 염두에 두고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자기랑 맞는 사람과 더 편하기에 더 후하게 평가를 하기 마련이라, 그렇지 않은 경우에 박하게 판단해 버리기 쉬운 것 같다. 

참여
솔직히 참여 부분은 정말 꽝이었다. 새로이 일을 시작해서 업무의 강도가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 새로이 생기는 일에 함부로 뛰어들려니 겁이 났다. 이제는 가정이 있다보니 그리고 다른 하고 싶은 일도 있다보니, 회사에 새로운 이슈에 겁없이 뛰어들기가 어렵다. 

긍정성
나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을 하면서는 상당히 많은 질문에 대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건 좀 아닌 듯...', '쉽지 않겠네요...' 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되는 것을 느낀다. 새로이 생기는 일에 대해서 일단은 부정적으로 대답해 두고, 뒤에서 해 보고 혹시나 잘 되면 다시 공론화시키고, 아니면 덮어두는 식으로 일을 해 왔다. 마치 성격에 있는 두 형제의 이야기에서 형이 가겠다고 하고는 안 간것 같이는 안하고 싶었나보다. 그렇긴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을 가지다보니 발전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말 꺼낸 사람이 짐을 져야 하는 풍토에서 짐을 지기 싫어서 꽁무니를 빼는 태도를 어느새 나도 모르게 가진 것 같다. 

센스
와이프 덕분에 센스 하나는 점점 늘고 있다. 식사 시간이나 간식 시간에 종종 빵빵 터트려주는 스킬이 나날이 배가되고 있다. 

협업 마인드, 동료애
협업을 원래부터 하지 않던 사람이다보니, 협업에 대해서 막연한 거부감 같은 게 아직도 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내게 주어진 일이 매번 협업이랑 거리가 좀 있는 일들이 오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지뭐... 

이렇게 리뷰를 하고보니, 장단점이 좀 보이는 것 같다. 
내년에는 아무래도 좀 더 열정적으로 적극적으로 내 일은 내가 찾아서 해야 할 것 같다. 시키는 일만 해서는 너무 발전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집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아... 제발 이제부터는 웹질 좀 줄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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