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이 살아갔던 이유

Bookmark and Share
대학원 연구실에는 연구실의 행정 잡무를 맡고 있는 사무원이라는 신분을 가진 분이 종종 있다.  대학원 연구실도 연구소와 비슷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인건비 정산이라든지, 기자재 구입 결제, 회식비 처리, 등등. 과제에서 공적으로 쓰는 돈을  행정처리 해야 한다. 이런 행정 작업은 방법만 알면 굉장히 기계적인 처리이기 때문에 큰 연구실에서는 사무원을 두고 일을 맡긴다. 조금이나마 대학원생들의 잡일을 줄여주기 위해서.

그런데 한 때는 그런 연구실의 사무원이 그리도 부러울 수가 없었다. 

출근은 한 10시. 
10시를 넘겨 온다고 해서 뭐라고 야단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학생들이 다들 야행성이라 10시에 제때 출근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퇴근은 5시 땡! 하면 간다. 
사실 그 후까지 있어봤자 처리해야 할 일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사무원이 있는 방에 들러서 보면, 할 일이 없어서 멍하게 웹질이나 하는 걸 보면, 굳이 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밥 먹고 산책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들어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렇게 하루에 7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근무하는데, 중간에 점심 시간이 1시간 반은 넘으니까, 하루에 달랑 5시간 반 정도만 학교에 앉아 있으면 된다. 물론 바쁠 때는 엄청 바쁘다. 행정처리가 많을 때는 많으니까. 하지만 기본적인 잡무는 대학원생들 몫이고, 정말 행정적인 부분만 맡아서 하니, 정말 땡보 중에 땡보가 바로 대학원 연구실 사무원이다. 

그런데도 한달에 급여는 백만원 쯤 되었던 걸로 가물가물 기억을 하고는 있는데. 아마 80-120사이였으리라. 그 당시 내 한 달 인건비가 겨우 40만원 정도 나왔을때니... 경제적으로도 나보다 우월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바로 사무원이었다. 

거기다가 나는 하루 종일 논문의 압박에서 머리카락 픽픽 뽑히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사무원은 그저 앉아서 가끔 있는 행정 처리해 주고, 아마 지마켓이나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웹서핑을 했을거다. 그렇게 평화롭고 힘든 것 없이 살아가는 사무원이 그렇게도 부러울 수가 없었다. 

뭐... 그 당시에는 그저 지나가는 개를 쳐다봐도 부럽고, 연구실 창문 턱에 앉아 있는 비둘기만 바라봐도 마냥 부러웠을 때니, 사무원이 부러워보였던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수 많은 대학원생들, 아니, 학생들이 바로 나와 같은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2500원짜리 학식을 먹으면서 살아갔고, 살고있고, 살아가겠지. 

나를 포함한 그 많은 학생들이 살아가는 단 하나의 이유. 

'희망'.

그 희망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하루 8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다. 

(우씨... 어째 여자친구 손 보다도 키보드를 더 오래 만지고 있냔 말이다!)


이렇게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셈이다. (From: http://www.flickr.com/photos/50826080@N00/2066411354/in/photostream/)





- 쓰고 보니 사무원 폄하 발언 같긴 한데... 인간적인 모욕을 할 생각은 아니었고, 정말 저 땐 얄미울 정도로 부러웠다. 그리고 사무원으로 살면서 자기 공부를 하면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을까 부럽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는데... 우리 연구실 사무원은 더 좋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나 모르겠다.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Trackback 0 Comment 2
  1. Favicon of http://minimonk.net BlogIcon 구차니 2011.01.15 18:0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헙 오랫만에 티스토리에도 작성을 하셨군요 ^^;

    솔찍히 일의 경중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자기의 급여보다 일을 안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그 중심에 바로 CEO 들이 있는게 아닐까 싶구요.
    억대 연봉한다는 이사람들이 과연 정말 그정도의 돈을 받을 가치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많이 들더라구요.
    매스미디어, 매스프로덕트, 매스컨슘
    이러한 대량의 시스템에서 일부에게 돈이 몰리는 현상은 어쩔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체념을 하는 순간 세상이 이렇게 나쁘게 변하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화장실 청소하고 다니시는 할머니들이 받으실 80만원도 안되는 돈을 아까워 하며
    그나마도 더 깍고 외주로 돌리는 모습을 보면 말이죠...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1.01.18 11:31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그렇죠.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이 일을 하는 굉장히 큰 이유이긴 하지만.
      '희망'이 있다면, 많은 돈을 벌면서도 매일 얼굴 찌푸리고 다니는 사람보다, 적은 돈을 벌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웃는 얼굴로 사는 사람이 더 좋을것 같아요.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 348 nex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