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Nobody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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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시절에 읽은 책이 그리 많지도 않지만, 그 중에서 지금도 기억나는 책은 더 몇 권이 안 되네요. 그래도 수 많은 글 중에서 재밌게 읽고 지금도 기억나는 글이 몇 개 됩니다. 로빈슨크루소, 15소년 표류기, 요람기 정도네요. 모험을 하고 싶었던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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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그 요람기가 생각이 나더군요. 저도 6살, 7살은 시골에서 살았답니다. 마당이 넓었고,집 옆으로는 논과 밭이 있었고,집 앞으로는 시내가 흐르는 곳이었죠. 외양간에서 소도 키웠고요. 개도 키웠습니다. 그런 시골 생활이 이제는 거의 기억도 안 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골 생각이 다시 재조합되더군요.

평화롭고 자유로왔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나이때는 어련할까 싶습니다만, 요즘 네살, 다섯살 애들이 가방을 메고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가서는, 바른 자세로 앉아서는 선생님과 뭔가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저의 여섯일곱살 시절은 정말 방임에 가까운 자유로운 시절이었던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자유로운 시골에서의 생활이 계속 떠올라, 그 포근한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차에서의 2시간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하게 이 책을 읽었죠.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사람을 그저 놔두진 않는 것 같습니다. 박완서 선생도 "교육"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서울로 이사와야 했고, 넓디 넓은 마당과 드넓은 풀밭을 뒤로하고, 꾀재재하고 추접한 서울 달동네로 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억척스럽고 자기 주장 강한 어머니와 다시 살게 되죠. 저도 그런 시골을 떠나 국민학교에 가기 위해 도시로 왔습니다. 좁디 좁은 골목의 가장 끝 집 단칸방에서 몇 년을 살았습니다. 이렇게 "생존"이라는 걸 엉덩이에 깔고 앉아서는, 생활에 적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소시민, 서민의 삶이란 건 항상 더 큰 권력의 싸움에서 피해를 보는 듯 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죠. 이승만, 김일성과 같은 큰 권력의 소용돌이에서, 그리고 자유주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큰 흐름을 파악할 리가 없는 우리네 서민들은 그저 이리 가도 얻어 터지고, 저리 가도 얻어 터지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지배당하는 우리에게는 지배자가 누가 되던지 항상 억압당하고 맞고 죽는 역할을 하게 되는듯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아둥바둥 지배자의 위치에 올라가려 애를 더 쓰게 되는 것 같고요.

박완서 선생의 가족 내력을 보면, 일제시대 때는 면서기를 지낸 숙부, 총독부에 취직한 오빠, 한국 전쟁 당시에 어쩔 수 없지 인민군 수발을 했던 작은 숙부, 그리고 이념의 혼란기에 이상적인 공산주의를 꿈꿨던 오빠... 나쁘게 말하면, 다 빨갱이에 일제의 앞자비 노릇을 한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할 사람들이었지만. 정말 순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모두들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텨낸, 그리고 더 잘 살기 위해 버텨낸 우리 못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때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이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또는 그렇게 안 하면 목숨까지 내 놓아야 할 상황이었을 것인데, 과연 그렇게 안 할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요?

그러기에 인생은 모순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미래에 내 발목을 잡을 일이 될지 안 될지를 그 누가 알 수 있을까요?

...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 가장 마음 졸이며 기대했던 것은, 이런 서민의 삶이 언제 펴지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을 겪고, 죽을 고비를 넘겼으면, 응당 해피 앤딩으로 끝나야 하는 것인데. 그런 이야기나 소설만을 봐 왔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어떻게든 살아야 겠다는 의지만을 내비친 채, 마치 속편이 나올 것 같은 영화를 본 듯한 느낌만을 남기고 책이 끝나더군요.

어찌보면 서민의 삶이란것은 해피앤딩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사람의 삶이란건 어차피 해피앤딩은 없는것 같습니다. 사는 과정 중에 즐거움이 있는 것이지, 끝이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네요. 그러기에 현재 삶에 충실한 것이 삶을 사는 가장 최선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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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Favicon of http://minimonk.net BlogIcon 구차니 2010.07.17 14: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서민들의 삶은 어쩌면 편안하고 부유하게 아니라
    평온하고 적당하게가 가장 이상적인게 아닐까 싶어요

    자신의 이윤을 위해서 남의 이윤을 심하게 침해하지 않고
    서로서로 적당하게 받아들이며 사는게 좋은거 같은데
    서로의 이기심으로 갈수록 힘들어지는 세상인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7.20 10:53 신고 address edit & del

      맞아요. 그런것 같아요. 욕심이 문제죠. 적당하기만 하면 문제는 없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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