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로 설겆이 하는 고집쟁이 설렁탕 집 - 오나가나 설렁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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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설렁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치 우유에 밥 말아 먹는 것 같아서요. 물론 우유에 밥 말아 드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우유 자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우유에 밥 말아 먹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죠. 그런데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보니, 정말 설렁탕에 우유도 넣는다는데... 우유가 비싸니까 커피 프림도 탄다고 하더군요. 그 후론 설렁탕은 더더욱 잘 안 먹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이러다보니, 설렁탕 먹는게 정말 우유에 밥 말아 먹는것이랑 같은 세상이 된 것이죠.

근데, 문제는 논문 쓰고 하다보니 몸이 허해져서 가끔씩 정말 보신식품을 먹어줘야 할 때가 생겼는데요. 그럴때마다 그나마 가장 찾기 쉬운 보신음식이 설렁탕이더군요.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설렁탕을 가끔씩 먹게 되었답니다.

최근에 다시 어느 분이 설렁탕을 사 주시겠다면서 저를 부르셨는데요. 설렁탕을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리 기쁘지는 않았지만. 나날이 비실비실해지는 제 몸 상태를 보면서 설렁탕이라도 먹어야 체력회복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가겠노라고 했는데. 그 분 말씀이 유기농 소로 만든거라고 하시는 순간, 기쁘게 한 그릇 다 먹어주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이거 땡잡았네.. 하면서요. ^^

설렁탕 집 이름이... '오나가나 설렁탕'.
희한한 이름에서부터 심상찮은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유기농 소로 장사를 하는 사람답게 설렁탕 집 이름도 참 레어하게 지었구나 싶었습니다.

유기농 소로 만드신 설렁탕


맛은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미식가도 아닌데다가 설렁탕은 원래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 관계로 자주 안 먹어봐서 말이죠. 이 맛이 최고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이 유기농 소고기와 뼈국물이 제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맛도 뼈국물 특유의 비릿한 맛이 없었고, 깔끔했습니다.

그러다가 설렁탕 사 주신 분과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이 뚝배기들을 씻는데, 세제를 안 쓰고 밀가루를 쓰신다고요.

제가 설렁탕을 안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는 바로 이 세제 먹는 뚝배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주 예전에는 뚝배기에 조금 남아 있는 세제가 무슨 문제일까 싶었는데요.... 식스센스에서 최고로 찝찝한 장면을 보여준 이 분 때문에... (아.. 이거 맛있는 설렁탕 사진 다음에 이런 사진 들어가는게 참 죄송스럽긴 하지만 -_-;;)


뚝배기 그릇을 볼 때 마다, 엄마가 타준 바닥세척제 때문에 생을 마감하고 밤마다 오바이트를 하는 이 아가씨가 떠올라, 그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더군요.


영화에서야 저 못된 엄마가 아작이 나는 걸로 끝이 나지만, 현실로 와서는 여전히 뚝배기 그릇의 세제를 먹고 있는 나를 보면서 찝찝하고 울렁거리는 속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식스센스를 보질 말걸... "브루스가 유령이야!"를 먼저 들었다면 아예 보지도 않았을텐데 말이죠.

하여튼 뚝배기 그릇은 특히 세제로 씻으면 뚝배기 자체의 미세한 구멍에 세제가 들어가서 잘 안 씻긴다고 듣긴 들었는데.
그렇다고 정말 식당에서 밀가루로 그릇을 씻는 집은 첨 봤네요.
정말 지독한 고집쟁이 설렁탕집입니다.
이 정도 자존심은 저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제 블로그 제목과 딱 맞아 떨어지는 맘에 드는 집이었습니다.

조만간 학교를 떠나 진정한 자취생활을 하게 될 텐데, 자취하면서 종종 포장 설렁탕이라도 사서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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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6
  1. Favicon of http://minimonk.net BlogIcon 구차니 2010.07.13 15: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 몇 안되는 원리원칙대로 운영하시는 곳이군요!
    이런 곳은 사진과 지도로 팍팍! 찍어 주셔야해요!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7.13 16:01 신고 address edit & del

      아... 지도를 찍을걸 그랬나요? 금방 로드뷰로 찾아보니, http://durl.kr/24zqi 네요. 상호가 바꿨나 봅니다. 지금은 오나가나 설렁탕인데. 한마리 통곰탕으로 되어 있네요. 주인 아저씨 말로는 조만간 지하를 벗어나서 좀 괜찮은 곳으로 옮길거라면서 그러시긴 했어요.

  2. Favicon of http://maehongi.tistory.com BlogIcon maehongi。 2010.07.19 19: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설렁탕 싫어하셔도 먹어야 살죠~ 몸보신하세요^^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7.20 12:11 신고 address edit & del

      저 설렁탕은 맛있었답니다. ^^
      또 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것 같아요. ㅎㅎㅎ
      근데, 또 사주시려나...

  3. ebj 2010.07.20 11:0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엊그제 이모가 일하시는 식당에서 냉면을 먹었는데 냉면에 한 점 넣어주는 고기마저도,
    원산지표시가 국내산+호주산+미국산, 으로 되어있는 걸 봤어요.
    뭘까요. 설마 다져넣진 않을테고. 랜덤투하?ㅎ
    호주산만 돼도 위안삼으며 먹는 마당에 국내산유기농(국내산 맞죠?)소로 만든 설렁탕이라니.
    꼭 가보고 싶네요. 근데 고기는 구워야 고긴데 구이집도 내셨으면 하는 바람이...

    ++ 재수할 때 설렁탕이 하도 먹고 싶어서 용산이마트 푸드코트에 갔다가 뚝배기에 든 소면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어디를 기준으로 아래위가 나눠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아랫동네는ㅎㅎ당면을 넣거든요.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7.20 12:12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네요. 고기집은 왜 안 내실까나...
      설렁탕보다 저도 고기집이 좋긴 한데 말이죠.

      그리고 설렁탕에 당면을 넣으시나봐요? 저희 동네는 갈비탕에 당면 넣던데... 사실 설렁탕에 소면도 안 넣어 먹습니다. 그냥 고기 몇 점과 밥 말아 먹는게 전부였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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