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를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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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심이 많고, 숨어있는 야사를 궁금해 하던 터에 이 책을 샀답니다. 하지만 논점이 일제시대에 우리가 받았던 억울한 영향에 촛점을 너무 두다보니,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어찌보면 여념집 여인네들의 삶조차도 이러한 사회 구조에 큰 영향을 받았을테니, 우리네 어르신들의 삶이 또한 일제시대와 군부독재의 문화라고 봐도 심한 것은 아니기도 하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라져가는 역사는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 일제시대와 군부독재시대의 일부입니다. 이런 문화가 투영된 건축물이 많은데, 그런 건축물들이 시대의 흐름속에서 하나하나 사라져간다는 것이죠. 그렇게 사라져 가면서 일제시대와 독재정치에서 만들어진 나쁜 생각과 문화들도 사라져가면 좋겠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사회는 우리나라 자존과 우리만의 문화 그리고 민주적인 세상이어야 한다는 점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습니다. 외세의 영향이 없이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일부 독재자나 기득권층의 농간에 놀아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결정방식에 따른 평화로운 사회. 어찌보면 정말 유토피아 같은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불합리한 수 많은 것들을 딛고 살아가야 하는 곳이더군요. 여전히 일제시대와 독재시대에 부를 쌓고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기득권층이고, 그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지배하는 사회니까요. 이런 사회를 바꿔보고자 사회운동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 분들 덕분에 서민들의 생활이 많이 좋아진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불합리한 세상을 고발하는 책을 읽고 나면 항상 머리 속이 복잡해집니다. "그래, 세상이 그런건 나도 알겠는데, 그럼 도데체 어쩌란 말이냐?"는거죠. 고발만 하면 뭐합니까? 명시적인 대안제시는 항상 빠져있습니다. 과거의 세상은 이러이러해서 문제였다. 그럼 앞으로의 세상은 어떠해야 한다는 말인가? 친일파를 어떻게든 잡아들여서 다 죽이면 되는건가? ... 아무도 답을 해 주지 않더군요. 그러다보니 일제시대와 독재시대를 씹어대는 책을 만나면, 일본놈은 나쁜놈이야, 독재자들은 죽일 놈들이야, 하면서 감정적인 반응을 하고는 이내 잊어버리는 냄비가 되는 듯 싶기도 합니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실은 현실이고, 나는 나일뿐....

아픈 과거의 반성이 과연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을 계속 하게 됩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건 앞으로 더 잘 나아가기 위해서이지, 그저 "지적 게으름"에 대한 반성으로 "지적 충족"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이렇게 대안 제시가 없을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나는 이런 세상에서 정의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원론적인 다짐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본조차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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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Favicon of http://minimonk.net BlogIcon 구차니 2010.07.07 08:3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의로운 사람이 되면 가족들이 힘들어지는 이상한 세상이죠 ㅠ.ㅠ
    그렇다고 해서 그걸 포기할수도 없는 성격의 사람들은 고난의 길을 갈수 밖에 없는거고..
    이래저래 어려운게 삶이고 세상인거 같아요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7.07 16:48 신고 address edit & del

      예전에 정의로운 사회 건설이란 말은 그저 학교에서나 배우는 이론에 불과한 건가 봅니다.
      하지만 정의가 사라진 세상이라면 떵떵거리고 살아도 양심은 부끄러울것 같아요.... 그래서 고난의 길이라고 하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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