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라라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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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동네가 딱 전자과와 전산학과가 만나는 곳에 있다보니, 새로운 하드웨어 소식에 능통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능통한 건 아니고, 나처럼 좀 한 분야에 빠져 지내다보면 다른 분야의 소식에 깜깜 무식하게 될 수도 있다.

By http://picasaweb.google.com/sushovande (under CC license)


이번에 들은 세미나는 인텔의 김대현씨가 오셔서 지금 인텔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알려준 것인데. 이름하야, "Many-core for throughput computing". 세상에선 이제 멀티코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말이 되었지만, 연구 쪽에서는 멀티코어를 넘어서 코어가 많다는 매니코어-매니큐어랑 비슷해서 우리말로는 바로 적으면 안 될 듯하다- 이런 many-core 프로세서가 대세가 되고 있다.

GPGPU 라고 해서, 그래픽 카드를 과학 계산용으로 쓰겠다는 이야기는 대학원 처음 들어와서 얼마 안 되서 부터 들은것 같다. 참 사람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3D 게임용 그래픽 카드는 기본적으로 3D게임에서 화면의 픽셀의 색깔을 계산해 내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교묘하게 수학 계산용으로 바꿔서 쓴 것이다. 실제 수행해야 할 계산을 픽셀로 매핑해서 그걸로 그림을 그리게 만들고 최종 그려진 픽셀의 색을 보면, 계산 결과가 나온다는 그야말로 희한한 좋게 말하면 속임수, 나쁘게 말하면 사기였다.

이걸 NVIDIA가 실제로 이런 작태를 보고 이거 돈 되겠다고 뛰어들고, 제품으로 나온게 GPGPU라고 해서 일반목적용그래픽프로세싱유닛. 사기같던 일이 현실이 되고, 그것도 주목받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NVIDIA만 이 짓을 하는게 아니고, 인텔도 배가 아프니 라라비(larrabee)라는 녀석으로 GPGPU 비슷하게 칩 시리즈를 새로 만들고 있단 것이었다. 뭐 지금은 망해버린듯 한, 소니의 셀 프로세서에도 내가 한때 미친적이 있었단 생각해보면 재밌다.

예전 한참 그리드 컴퓨팅 하면서 scientific app. 쪽으로 하고 있을 땐, 이런 정보가 정말 신기하고 기다려졌던 것인데. 그 동네를 떠나고 보니 이제 이거 정말 되겠나.. 싶고, 사기 같고 그렇다. 여전히 scientific app.이나 financial app. 쪽에서는 수요가 있겠지만. 역시나 최근 점점 늘어나는 comercial app.에서 이런게 정말 도움이 될까.. 하는게 들으면서 내내 든 생각이었다.

어쨌든 그래도 이런 컴퓨팅 패러다임의 킬러 앱이란건, RMS - recognition, mining, and synthesis라고 하는데. scientific app.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제 이런 타겟 app이 당연한 상식으로 생각되는 것 같다. Recognition 이나 mining이 실제로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인데. synthesis 는 3D 같이 client 단말에서나 쓰이는 것이니 내 관심 밖이고. recognition 이나 mining에서는 분명 이런 아키텍춰가 필요한건 삼척동자도 알만하다.

근데, 문제는 이게 알고리즘에 따라서 하드웨어 아키텍춰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codesign은 예전부터 이야기는 되었지만, 안 될 거란 건 또는 아주 힘들 거란 건 이 동네에서 조금만 일해봐도 잘 알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잘 한다는 것은 수학과 영어를 동시에 잘하는 것보다도 더 힘들다. 또는 김홍만이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워낙 생각하는 패러다임이 다르다보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모두 정통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어쨌든 하드웨어는 한번 만들면 고치기 힘든 것이니 소프트웨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 정석인데. 이게 소프트웨어에도 김홍만이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일이 또 있다! 바로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와 시스템 프로그래머인데.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는 실제로 무슨 문제를 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서 지질학자가 최근 자주 일어나는 지진을 파악해서 다음 지진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를 풀고 싶어한다.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안경 끼고 머리 벗겨진 과학자처럼. 그런데 이런 일은 대부분 어마어마한 데이터을 가지고 어마어마 엄청난 계산을 해야 답이 나온다. 이런 프로그램을 동작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바로 시스템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다. 무식하고 어려운 하드웨어의 세계를 그나마 이해할 수 있고 쓸만한 환경으로 만들어주는게 시스템 프로그래머인데. 결국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와 하드웨어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조절하는 애매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문제가 있는데 생각보다 이런 시스템 프로그래머가 어플리케이션을 이해하는게 어렵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가 수년을 연구해서 만들어 내 놓는 수식을 어떻게 시스템 프로그래머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는 하드웨어를 전혀 모른다. 하드웨어 상식은 20년 전 그대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아주 빨리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사실만 겨우 알고 프로그래밍을 하니, 최적화가 어려운 건 당연하다. 그래서 시스템 프로그래머가 이런 최적화를 도와주기도 하는데. 결국 시스템 프로그래머는 어플리케이션과 하드웨어를 다 알아야 하는 슈퍼맨이 되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어려운 동네에 살다보니, 혼자 앓는 소리만 하게 되는데. 이런 어려운 점을 사람들이 좀 알아줘서 사회적인 인지도라도 올라가면 좋겠지만. 그걸 기대하는 건 거의 불가능. -_-

이야기가 많이 옆으로 샜는데, 약간 재밌는 트랜드는
1. CMP의 문제점은 이제 어떻게 파워를 효율적으로 쓰느냐, 그리고 off-chip 과의 bw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이냐라고 한다.
2. 코어가 많아지니, 이걸 다 일하게 만드는 것도 정말 큰 일이다는 희한한 문제가 생겼다.

뭐 어쨌든 이 컴퓨터라는 동네는 여전히 할 일도 많고, 다른 분야와의 접접이 많아서 재밌긴 한데.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학문이라, 쉴 틈이 없다는 것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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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8
  1. Favicon of http://minimonk.net BlogIcon 구차니 2010.04.09 17: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CUDA를 통해서 BOINC를 돌리는데 정말 성능만은 환상적이더라구요.
    SETI@Home이 CPU로 18시간 걸리던게 GPU로 돌리면 3시간이 채 안걸리니 말이죠.

    아무튼 일반분야 보다는 과학계산용 계산머신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많아 보이더라구요.
    그래픽 카드는 가뜩이나 게임으로 힘들어하는 지라 ㅋㅋ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4.11 17:36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죠? ㅎㅎㅎ 정말 GPU가 빠르긴 빠르나보네요..

  2. Bola 2010.04.09 21: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Hi,

    Let me ask you a question that's unrelated to the above post.
    I'm thinking of buying a digital camera (finally) - Canon Powershot S90. The reviews are good but it's expensive because it's a high-end digital compact camera. What do you think about the model? It's an investment which will hopefully last for next 3-5 years. Thanks.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4.11 17:39 신고 address edit & del

      매번 이야기 했다시피 어떤 용도로 카메라를 많이 쓰는지가 젤 중요한데.
      요즘 컴팩트 디카는 다들 잘 나와서... 모양이 이쁜걸로 사면 문제 없을듯.
      하이엔트 캠팩트 디카는 요즘엔 인기가 예전 같진 않더라.
      기능이 많다고 해서 다 쓰는건 아닌게지.

      아에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DSLR 사는 것 같고.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찍는 사람들에게는 하이엔드 디카의 고급 기능이 필요없거든.

      그래서 결론은 컴팩트 디카는 싸고 이쁜거가 최고인듯.
      내 기준으로 싸고 이쁘고 작은거... ㅎㅎ

  3. Bola 2010.04.15 03: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Thanks for the advice. I changed my mind and decided not to buy Canon Powershot S90. I'll get whatever is available at the airport duty free and is "싸고 이쁜거."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4.15 08:37 신고 address edit & del

      어차피 DSLR이 아닌 이상, DSLR의 성능을 바라면 안 되고.
      부담없이 가볍고 쉽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차선이지 않겠나 싶네.
      그리고 넌 필름카메라 아직 가지고 있을거잖아.

  4. Bola 2010.04.16 00: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You're right. Why look for the DSLR qualities from the compact? I tend to be over ambitious and want everything. I didn't bring my film camera to Sudan because of dust and yet my friends and family are DEMANDING pictures from Sudan. Thanks again. You're wise as usual.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4.16 10:56 신고 address edit & del

      지름신에게 빠진 중생 하나 구해낸 셈이군. ㅎㅎㅎ

      그나저나 여전히 가족들한테 연락도 안 하고.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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