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이 태안기름유출 800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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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 유출 사고라고 불러서는 안 되겠지만.
아직도 이렇게 불러야 기억을 하실 분들이 많기에 제목을 부득이하게 이렇게 붙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지요.

며칠 전이 설인데요.
공교롭게도 지난 설날이 바로 원유 유출 사고가 생긴지 딱 800일 되는 날입니다.
800일 전, 2007년 12월 7일에 태안 앞 바다에서 삼성 중공업 소속의 크레인선과 예인선이 풀리면서, 크레인선이 태안 앞바다에 정박해 있던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합니다. 커다란 구멍 2개로 부터 콸콸 쏟아져 나온 원유는 높은 파도 때문에 초기 방제 작업이 약발을 못 받으면서 태안을 중심으로 서해안 해변을 기름으로 뒤덮여 버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죠.

얼마전 이 사건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촬영을 도우러 태안을 다녀왔습니다.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다들 궁금해 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당시 논문을 쓰느라 가지도 못하고 그저 TV로 이 황당한 사고를 보면서 마음만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TV로 본 그 바다는 시커멓게 기름으로 뒤덮여 있어서 기가 막힐 정도였죠.

그 후로 130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들이닥쳐서 그 많은 기름을 닦아냈으니,
그 때 당시 다녀가셨던 수 많은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서는 그 기름의 색깔과 냄새를 지금도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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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ryzad.com/45 Under CC license


저 멀리 보면 국채보상운동, 그리고 IMF 시절의 금모으기 운동, 그리고 바로 이 130만명이나 되던 태안의 자원 봉사자 분들. 이 모든 기적은 세상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우리 한국사람의 성정 덕분 아닐까 합니다. 정치가 어떠하든 경제가 어떠하든 우리의 이 무서운 저력이 바로 대한민국을 이 정도의 선진국으로 만든 것이겠지요.

그 기름으로 뒤덮여 있던 태안, 800일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촬영차 들른 만리포의 백사장은 정말 길고 예쁘더군요. 이렇게 예쁜 백사장에 기름이 가득 차 있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곳에서는 누가 일러주지 않는 한 이 곳이 사고의 중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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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 다른 갯벌도 가 보았는데. 기름은 눈을 닦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해안을 둘러싸고 있는 벽에 시커멓게 기름이 묻어 있을 정도였다는데 말이죠. 그 곳의 주민들 말로는 해수욕장과 갯벌을 살리기 위해서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뒤집고 기름을 닦기를 수 십번이나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이제 이런 해수욕장이나 갯벌이 많이 살아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불편한 의심을 하면서 실제로 근처 갯벌에 가서 땅을 파보기도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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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발견에 다행히 실패.

하지만... 불행히도 아직도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기름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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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안 바위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그 때의 기름의 흔적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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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신발 옆에 왼쪽에 액체가 고여 있는게 보이는데요. 기름이 아니고 "바닷물"입니다. 사진 각도 때문에 시커먼 기름처럼 보이네요. 실제로 기름은 신발 오른쪽에 바위에 말라들어붙어 있는 까만 페인트 칠한 것 같은 것이랍니다. 아직도 이렇게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기름이 좀 남아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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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바위 틈에 약간씩 남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조금 남은 기름들은 이제 닦아도 잘 지워지지도 않고, 이제는 자연과 시간이 해결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자연은 사람의 힘과 자연 스스로의 힘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지만,
정작 그 곳에 계신 분들에게는 여전히 이 사고가 무거운 짐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해산물로 풍족했던 포구는 이제 쓸쓸하고 조용한 포구가 되어 버렸고, 그 곳에 계신 분들의 입에서 나오는 건 여전히 한숨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기름은 거의 다 씻겨가고 그 곳에서 잡힌 해산물에서도 기름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만, 아직도 한번 멀어진 관광객들은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작년부터는 갯벌이 살아나서 조개들이 조금 잡혀 다행이라고 하지만, 많은 분들은 정부에서 하는 희망근로로 그날 그날 밥값 벌이 정도나 하실 뿐이었죠. 그나마도 올해부터는 희망근로가 줄어드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밥줄이 매여 있는 일이 줄어들다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하는 듯 하고요. 800일이나 지나다보니 정치권에서도 그 당시 불나도록 시끄럽게 떠들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이 줄어드는듯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내년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단일선체 유조선 운항이 금지된다는 것입니다. (이중선체란?) 항상 돈이 문제죠. 돈만 충분하면 우리도 예전부터 단일선체 유조선 퇴출 시킬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사실 돈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의지와 마음만 있었다면 이런 뼈아픈 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을테고요.

지자체에서도 골치가 아프겠더군요.
돈은 없고, 피해보상은 해 줘야겠고. 그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보상금에 목매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자체에서는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만, 결정적으로 돈은 없다보니 주민들에게서 돌아오는 건 욕 밖에 없는거죠. 그리고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과 허베이스피리트호도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 이상은 지지 않으려고 하고 있기도 하고요. 보상을 제대로 다 해 주려면 끝도 없을 테니 그것이 겁나는 것이겠죠.

그러다보니 2년이 지나도록 보상이라고 된 부분은 전체의 몇 퍼센트도 안 된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IOPC에서는 실사를 마쳐야 보상이 진행되니, 수천건도 넘는 사안을 하루에 하나씩 처리하는 속도로는 언제 어느때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을 지경입니다.

주민분들의 바람은 보상이 될 거라면 빨리 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고.
어서 시간이 지나서 그 끔찍한 일이 다 잊혀졌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들 오시고 그렇게 예전처럼 지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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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많은 분들의 바람을 담아 태안에 있는 이원 방조제에 이렇게 벽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무려 2.7km 의 길이... 사진처럼 끝도 보이지 않는 이 방조제에 희망,환경 메시지를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고, 다녀간 많은 분들의 손바닥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이 많은 분들의 바람처럼, 그리고 그 때 태안을 다녀오신 많은 분들의 열정과 사랑이 좀 더 길게 이어져서 태안을 돌아본다면 태안에 계신 많은 분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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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0년 봄이 찾아옵니다.
올해는 한번 쯤 2007년을 생각하며, 추억 여행을 한번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목장갑, 마스크 말고 사진기, 도시락 챙겨서 말이죠.



ps. 사진을 제공해주신 생태지평 이승화 연구원님 고맙습니다.


2010년 2월 16일 뷰베스트로 뽑혔습니다.
800일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태안에 계시는 분들을 걱정하시는가 봅니다.
태안에 계시는 분들께서 하시는 말씀이, 사고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도 못 드렸다면서, 태안이 다 회복되면 그 분들 모시고 잔치라도 열었으면 좋겠다면서. 그 당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한 점에 대해서 무척 미안해 하셨습니다. 그 분들의 마음이 이 글로나마 조금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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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 만리포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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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0
  1. Favicon of http://redkies2k.tistory.com/ BlogIcon 붉은낙타 2010.02.16 14:0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는 점점 잊혀져가는 그 때의 일들이..

    이렇게 노력하시는 분에 의해서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네요..^^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2.16 16:52 신고 address edit & del

      태안에 계신 분들께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봅니다.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hareku.do BlogIcon 승화 2010.02.19 10:0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생생한 이야기와 감성이 묻어나는 글인것 같습니다. ㅎㅎㅎ
    아직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과 도서지역은 기름이 두껍게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만,
    자연의 힘은 위대해서 자연정화를 통한 복원을 기다리는 것이 바램이네요.
    요즘은 관리 안하는 제 블로그지만, 좀 퍼갈께용~~^^ 울 연구소 블로그에도...^^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2.19 10:43 신고 address edit & del

      과찮의 말씀이십니다. 좀 더 재밌게 써서 많은 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능력이 안 되네요. :)

  3. 2010.02.19 12:5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2.19 15:05 신고 address edit & del

      하찮은 글인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라고 머리속에서 그리고,
      글로는
      과찮의 말씀이십니다..
      라고 썼습니다. :)

  4. 하이바라 2010.02.28 22: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얼마전에 유류피해 회장(태안성모씨) 자살해서 3월2일 태안군민회관에서 국민장을 치룬다고 합니다. 보상을 해결해 주지 못하자 이분이 억울해 하셔서 자살하셨다고 하더군요! 왜 아직까지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3.03 16:50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저도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작은 보상이라도 얼른 진행이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5. 대한민국 시스템은 2010.03.06 19: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국민이 죽어 나자빠져야 대책을 수립하고 도탄에 빠져야 간신히 관심을 갖고 죽어라 고함을 지르고 투쟁을 벌여야 국민을 국민으로서 인정하고 발바닥에 때만큼이라도 인정과 아량을 베풉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등쳐먹고 눈감으면 우려먹고 깜빡하면 구워먹는 나라에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기본이요 죽음이 있어야 고개를 돌리는 나라에요 저도 열심히 기름때 지우고 기름에 구역질에 구토에 많이 했었는데 정말 더러운 나라 가진자만 기억하는 구역질 나라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10.03.08 20:26 신고 address edit & del

      나라가 잘 하는 점은 칭찬해 줘야하고, 못하는건 따끔하게 벌도 줘야죠.
      곧 지자체 단체장 선거인데 현명한 결정 내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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