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적어봐~", 곤피라 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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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적어봐~>
- 다카마츠 무대뽀 여행기 (15)

우동으로 기를 보충하고 가게를 나서니,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너무나도 반가운 가 오기 시작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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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에서 나올 때, 시코쿠의 날씨를 보니 비가 온다고 했는데.
다행이 첫 날은 비가 안 와서 좋았지만, 둘째 날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다고 생각했다만,
정말 비가 추적추적 오기 시작한 것이다.

곤피라 궁이 산 중턱에 있다보니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데,
비 덕분에 대리석으로 미끈하게 깍아놓은 계단이 더 미끌미끌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많은 일본 관광객들은 이런 악조건에도 아랑곳없이 우산쓰고 조금도 안 쉬고 부지런히 올라가셨다.

FUJI PHOTO FILM CO., LTD. | SP-3000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우산 하나와 비옷 하나를 준비해갔는데,
우리 비슈는 짬이 안 되서 비옷을 입고 (사실은 우산 준비를 안 해서 비옷을 입고),
나는 우산을 썼다.

비슈가 해맑게 웃고 있는 저 곳이 바로 곤피라궁 올라가는 길 입구다.
뒤로 보이는 수많은 계단이 까마득해 보이는데,
실제로 한참이나 올라가야 곤피라 궁에 갈 수가 있다.


비는 오고
카메라 비 맞을까봐 걱정되고
우산 쓰고
거기다가 전날 먹다 남은 간식거리가 가방에 안 들어가서 비닐봉지까지 손에 들고...
좋긴 좋은데 좀 힘들다. 쩝.

그런데 신기한 점 발견.
사진 뒤로 보이는 길죽한 비석(?)에 잔뜩 한자로 뭐가 많이 쓰여 있다.
그리고 이런 비석이 하나 둘이 아니고 곤피라 궁 올라가는 길 수백미터에 걸쳐서 죽 서있는 것이다.


거 참 신기하다.
실로폰을 옆으로 뉘여놓은 것 같기도 하고.
이런 돌을 이렇게나 많이 세워놓다니.
돈 참 많이 들었겠다... 생각만 들 뿐이고,
처음에는 신기하던 비석들이 금방 식상해져 버렸다.

그런데 아늘 글자를 잘 읽어보니 거의 대부분의 비석의 글자가
"金 XXXXX 圓 아무개"
형식이다.
금일백만원 머시기, 금일백이십만원 거시기...

이거 가만히 보니. 이 곤피라 궁에 헌금한 사람들의 비석이 아닌가.

참으로 대단하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기와불사를 하듯이
이 곤피라궁에서는 비석불사를 하는 것인가?
헌금한 게 고맙긴 고맙겠지만 저렇게 큰 비석을 세우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건 아닌지..
혹시 저 비석 뒤에는 무슨 소원이라도 쓰여 있는게 아닐까 궁금해졌다.
소원이 작은 글씨로 저 큰 비석에 빡빡하게 적혀 있으면 웃기겠다.

물론 우리 같은 한자 모르는 이방인의 눈에는 희한한게 예쁘고 이국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만,
일본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예전에 브리트니가 신흥호남향우회 옷 입고 다니는 것처럼 웃기게 보일지도...

이런 신기한 비석을 한참이나 지나면 곤피라 궁가는 길의 여러 절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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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의 주제는 '절'이 아니고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다.

비는 점점 많이 오고,
비만 안 왔어도 멋진 사진 많이 찍고 올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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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곤피라궁 도착!

날씨만 좋으면 이 곤피라 궁에서 저 멀리 다카마츠와 사토내해까지 보인다고하지만,
비가 오니 코앞에 있는 고토히라 시도 제대로 안 보인다.


FUJI PHOTO FILM CO., LTD. | SP-3000

곤피라 궁까지 올라가는 길에 벚꽃 가지마다 종이가 묶여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우리나라 산악회가 길 잃지 말라고 산에 묶어두는 리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깨알같은 글씨들이 쓰여 있는게 아닌가.

소원을 적어서 벚꽃에 묶어두나 보다.
혹시 봉숭아 꽃 물들여서 첫눈올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더만,
벚꽃에 버찌가 달릴 때까지 저 종이가 안 떨어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나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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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곤피라 궁은 바다의 신을 모신 절이라는데,
일본이 섬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바다의 신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라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건강과 액막음을 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예로부터 참배를 많이 왔다고 하는데.
아직도 많은 관광객들이 두 손 모으고 소원을 빌고 있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가 수능과 대입 시험에 영험이 있다고 했는데,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많은 부모님들이 갓바위 그 높은 곳에 맨날 올라가서 치성을 드리겠지.
아마 이 곤피라 궁에도 그런 분들 많을텐데...
쯧쯧.
그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식새끼들은 기냥 제 좋은 대로만 사는게 세상 이치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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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이 곤피라 궁 전체가 '소원을 말해봐~'라고 외치는 듯한 분위기였다.


여기도 나무에 줄을 매고 소원이 적힌 종이를 경건하게 달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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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자물쇠같이 이 곳에서는 소원을 적은 종이를 줄에 매어두고 간다.

곤피라 씨가 말한다.
'소원을 적어봐~'

-- "한"님이 알려주신 바로는...
소원을 적어둔게 아닙니다.
신사에 가면 이렇게 종이를 나뭇가지 묶어두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운세를 보는 오미쿠지라는 것으로
대길 길 흉 대흉 뭐 여기서 좀더 나눠지는 것으로
흉쪽이 나오면 이렇게 나뭇가지나 묶어두라고 하는 장소에 묶어둡니다.
그러면 이러한 흉의 기운이 악땜이 된다고 믿는 것이지요.
다만, 이러한 악땜은 지정된 장소에서 해야지 나뭇가지등에
묶으면 폐가 됩니다.
뭐, 신사마다 차이는 있겟지만 한두사람이 묶는게 아닐테니깐요

(이동시간)
곤피라궁 가는 산 입구 (오전 11시 30분) ~ 곤피라궁 (오후 12시 10분)   .... 약 40분 걸어서 이동

이 글은 여행을 다녀온지 몇 달이 지났으나 비슈군이 시간이 없어서, 제가 대신(?) 포스팅하는 글입니다. 이 시리즈의 사진은 거의 대부분 비슈군이 찍은 것입니다. 비슈군은 요즘 교육 분야에 푹 빠져, 자라나는 아이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중입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비슈군의 블로그에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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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mona 2009.09.20 07: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올리시는 다카마츠 여행기 정말 잘 읽고 갑니다 다카마츠는 다녀오시는 분들도 거의 없어서 정보가 진짜 없던데, 가뭄에 단비 만난듯이 정말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사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여행기 엄청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1人이에용 이히히히;;;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09.09.21 12:41 신고 address edit & del

      앗! 이렇게 기다리는 분이 계신지도 모르고, 글을 너무 안 올리고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오늘부터는 가능하면 자주 글을 올려야겠어요.
      신종플루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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