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마츠 무대뽀 여행기 (9)
우동으로 유명한 집들은 시내에서 다들 멀기 때문에 아무 우동집에나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첫번째 들어간 집은 ... 역시 일본어를 읽을 줄 모르기 때문에 우동집 이름을 알 수가 없다.
"하하~ 드디어 일본에서도 젤 유명하다는 사누키 우동을 먹어보는구나."들어간 우동집은 겉보기에도 매우 깨끗해 보이지만,
내부는 더 깨끗했다.
다들 열라게 우동을 먹고 계신다.
주문 받는 곳. 가격은 300+엔 정도. 우리나라 기차역 플랫폼에서 우동데워주는 시간 정도 (20초?) 뜨거운 물에 데쳐서 그릇에 담아 바로 내준다.
각종 튀김들을 얹어 먹을 수 있다. 알아서 골라 먹으란 말씀. :)
비슈가 시킨 우동. 아마 저건 반숙 달걀이 들어간 우동.
"우동" 영화에 보니, 항상 우동 먹을 때에 간장을 우동에 듬뿍 뿌려서 먹더라고... 그래서 비슈도 바로 따라하고 있다.
이건 내가 시킨 우동. 첫 우동부터 고난이도의 우동을 먹긴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먹는 보통 우동과 가장 비슷한 걸 시켰다. 소바 먹을 때나 나오는 무 갈아놓은것이 올려져 있었던것 같다.
사누키 우동이라고 별 다른 건 없었다.
하지만,
면빨이 장난 아니게 쫄깃쫄깃했다.
쫀득쫀득하다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 먹던 우동보다 훨신 굵은 면발이 마치 끓인지 오래 되서 불어터진 모습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되려 더 쫄깃쫄깃했다.
그러다보니 정말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니,
턱이 얼얼해져 올 정도였다.
그리고 국물은 매우 양이 적은데,
국물맛이 확 뛰어나서 우와~ 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사실 상상 이상의 면발에 국물맛을 잊었다고 해야 옳을 듯 하다.
그리고 한가지.
일본 음식들은 대부분 좀 짠게 아닌가 싶다.
다카마츠에서 먹었던 대부분의 음식이 간장이나 간이 될만한 것을 따로 넣지 않아도 충분이 간이 맞았다.
우동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저 우동집에서 "우동"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우동에 간장을 한 바퀴 죽 두르고 먹다가,
너무 짜서 정신도 못 차렸고, 속도 많이 버린듯 했다.
혹시 "우동" 영화를 보신 분들께선 절대 그렇게 우동에 간장을 주루룩 두르는 거 하지 마시길~
일단 우동 한 그릇을 비운다음,
다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좀 했다.
그리고 다시 또 두번째 우동집.
첫번째 우동집은 신세대에 어울릴만큼 깔끔한 집이었으니
왠지 두번째 우동집은 허름한 곳으로 가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점심을 먹기엔 이미 많이 늦은 시간이라 몇몇 *허름한* 우동집은 아예 장사조차 하지 않았다.
완전 배짱 장사... 또는 좋게 말하면 자존심 센 장사를 하고들 계셨다.
그러다가 두번째 우동집 발견.
수타라고 적힌거 말고는 쓰여 있는 글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메뉴판에 뭐라고 많이 적혀 있으나, 읽을수가 전혀 없어서 뭘 시켜야 할 지도 몰랐으나, 다행히 이 옆으로 사진도 같이 붙어 있는 메뉴가 있어서 거기서 보고 주문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진에 있는 일본어를 읽을 수가 없어서 내가 먹으려고 한 우동을 가르쳐 주는데 한참 걸렸다.
비슈가 사누키우동 면발의 참맛을 느끼고자 시킨 우동. 국물은 그냥 따뜻한 물이었고, 옆에 장국에 찍어먹는 우동이었다.
내가 보기엔 그리 맛나게 보이지 않았는데... 어쨌든 비슈의 리액션 작렬이다.
내가 시킨 우동. 첫번째 우동은 아주 평범한 걸로 먹었으니, 두번째부터는 도전적으로 골랐다. 이 우동은 '참마'를 갈아서 국물을 한 우동이다.
우동 국물이 없고 그냥 끈적끈적한 게 하도 신기해서 먹다가 찍었다. 비빔우동인가?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안 될 우동이기에 좋은 경험이었다. 먹기에 아주 나쁜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또 먹으라고 하면 우와~하고 달라들어서 먹을 정도는 아닌듯 싶다.
마치 학교 앞 라면집처럼, 이곳도 벽면에 낙서가 많이 되어 있었다. 오사까에서 온 사람도 있고... 그러나 한글은 하나도 없기에, 우리말로 맛나게 먹었다고 한마디 적어두고 왔다.
-- "한"님이 알려주신 바로는,
9두번째 우동집은 시오타라는 이름 같은데
낙서는.
오오사카에서 왔습니다.
카브라나. 쿠푸나단사에서
절라 맛있어요! 2008 5 18
1년만에 왔습니다.
어묵 최고!!
우동집 총각이랑.. 총각 한번 우동 잘 만들게 생겼네..
내가 먹은 참마 베이스 우동은 사실 사야까 씨의 글을 가기 전에 봤기 때문에 시도한 것이었는데,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정말 좋아하나 본데,
끈적끈적하고 입안에서 미끌미끌한 느낌은 참으로 신기한 맛이었다.
이렇게 우동 두 그릇을 먹고나니 배가 엄청 불렀다.
우동을 더 먹고는 싶었지만, 배도 불렀거니와 점심 시간도 한참이나 지나서 장사를 하는 우동집도 없었다.
어쨌든 아직 일본에서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다음에 *또* 우동을 먹기로 하고,
첫날의 점심 식사는 이것으로 마무리.
ps.
일본에서 유학하시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일본어를 전혀 못해서 무슨 우동을 먹은지도 모르는 나에게 좋은 정보가 된 글이 있어서 소개한다.
-> 사누키 우동 투어
2009/06/22 - 시코쿠 다카마쓰 무대뽀 여행기 (1) <여행의 시작>
2009/06/24 - 시코쿠 다카마츠 무대뽀 여행기 (2) <여행의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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