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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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 PHOTO FILM CO., LTD. | SP-3000

전산학과 건물 주변에 산수유 나무가 심겨져서 봄만 되면 노란 꽃을 피워서 참 예뻤는데.
그 열매를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정말 빨갛더군요.
특히나 해가 으스름 넘어가려고 서쪽 하늘을 붉게 만들고 있을때,
이 산수유 열매를 보니, 더 빨갛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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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lee님이 찍으신 산수유 열매가 통통하고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모양이었다면,
제가 본 산수유 열매는 겨울의 입김에 서서히 살이 빠져가는 모습이랄까요.
밤에는 얼굴 찢어지듯이 춥고, 낮에는 따시한 햇살에, 춥고 덥고를 반복하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dall-lee님이 최근에 쓰신 글에 보니, 된서리 맞은 산수유 사진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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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줄기도 예사스럽진 않네요.


성탄제(聖誕祭)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이 잦아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마지막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시집 {성탄제}, 1969)



거참,
예전에 이 시를 보면서 그냥 지식으로만 머리 속에 넣었는데,
이제 이 시를 보니,
왜 발갛게 달아오른 숯불을 보면 산수유 열매가 떠오르게 될지 감이 옵니다.

그리고 왜 빨간 그 숯불과 아버지의 사랑과 서느런 옷자락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이해가 되네요.

그러고 보면 고딩의 그 어린 나이에 이 시를 이해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저 지식적으로 이 느낌을 암기할 밖에요.



예전에 쓴 글 -
2007/03/08 - 산수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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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6
  1. Favicon of http://blog.daum.net/esplanade12 BlogIcon Angella 2009.01.11 20:4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일년중 가장 춥다는 겨울 한 중간의 산수유의 모습을 봅니다.
    한 겨울에 보는 빨간열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와요.
    김종길의 "성탄제"란 시,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던 時같아 보여요.
    국어선생님깨서 時를 외우라구 하셔서
    달달 외웠던 시라 아직두
    그 귀절이 생각납니다.
    추천버튼 누르구 갑니다.
    봄이되면
    이 산수유 나무에 예쁜 산수유 꽃이 필 때
    그 산수유꽃 사진두 찍어서 포스팅해 주실거죠?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09.01.12 09:30 신고 address edit & del

      오늘 엄청 춥네요.
      이런 식이라면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봄이 오고 산수유 꽃도 다시 피겠죠. :)

  2. 한보라 2009.09.01 23:5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고수, 내공 9단인 장작가,

    조언 구함. 내가 요즘 asa 200 필름으로 동남아에서 오전10시에서 오후 2시 - 즉 최악의 시간-에 그늘없는 야외에서 자주사진을 찍거든. 사람들 보고 내 입맛대로 빛이 제일 친절할때만 내 앞을 지나가라고 할 수가 없음으로. 그런데 빛이 너무 세서 다 흐리멍텅하게 나와서 내가 힘 빠진다. 조리개를 11까지 조절해도 잘 안되서, 이와 더불어 overexposure를 조절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제일 아까운 사진은 풀빵같은 3형제랑 엄마를 여러장 찍었는데 다 흐리게 나왔어.

    둘째 문제는 사방에 창문, 유리문이 있는 회의실을 자주 쓰는데 빛이 너무 많아서 도대체 어디서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 자칫잘못하면 실내라고 너무 어둡게 나오기도 하고.

    대책 좀 세워주라. 부탁.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09.09.02 14:52 신고 address edit & del

      나라고 딱히 방법이 있는거 아닌데...
      혹시 카메라 셔터스피드가 정상 동작하는지 살펴봐야 할 지도 모르지. 고속 셔터 (1/2000 같은)가 제 속도를 못 내는 경우가 있다니까.

      그리고 실내도 방법이 딱히 있는거 아니지뭐. 실내에서 창을 찍을 일은 잘 없을 테고.. 가끔씩 창의 밝은 빛을 역으로 써서 인물의 실루엣을 찍은 사진은 좀 본 것 같네. 그 외에는 어쩔 수 없이 그냥 찍어야 하지 않을까.

  3. 한보라 2009.09.02 22:3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오호라. 셔터 스피드 확인해봐야겠군.
    근데 실루엣은 고난도잖아?
    근본적으로 사진은 빛을 다루는 작업 같은데, 내가 과연 얼마나 빛을 다를 수 있을까나 의심스럽다.
    고마워!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09.09.22 16:46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건데, 사진관에서 현상을 할 때도 사진의 품질에 영향을 많이 준다고 하네. 그래서 좋은 사진관에서 현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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