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비판, 자기 반성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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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억수로 오고 있네요. 대전으로 오는 길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차들도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가 이렇게 오니 걱정이 됩니다.
오늘로 98일째 한강과 낙동강을 거쳐, 영산강과 금강을 지나, 지금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있으신 순례단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비가 이렇게 오니 비를 쫄딱 다 맞고 빗물로 더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남한강을 걸으셨겠지요.

새만금 갯벌을 살리고자 65일동안 삼보일배로 부안에서 서울까지 오셨던 수경스님을 비롯하여, 대추리 미군부대 이전 저지 운동 등으로 유명하신 문정현 신부님 등. 대한민국 4대 종교의 큰 어르신들께서 대운하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 4대 강인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걸으시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고 계십니다.

저도 그 걸음에 하루를 같이 했습니다. 4층 연구실에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터라 그렇게 하루 종일 강가를 걷는다는게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날씨는 쨍쨍 내리쬐고 얼굴은 발갛게 익어가고, 치수사업 덕택에 강가에는 나무 한그루 찾아보기 어려웠으니까요.

저에게 100일동안 강을 걸으며 운하를 막아라고 한다면, 저는 첫날부터 이명박 대통령 욕을 했을 겁니다. 왜 하필 운하라는 뻘짓을 해서 이렇게 나를 고생시키고 있느냐. 왜 하필 이명박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서 난리냐. 이명박 대통령이 확 탄핵이라도 당해서 운하 계획이 백지화 됐으면 좋겠다. 분명히 그랬을 겁니다.

특히나 순례단이 처음 이 걸음을 시작할 때가 2월. 텐트에서 자다가 일어나면 요강에 오줌이 다 얼어버릴 정도의 추위였다고 하니, 저 같았으면 아마 이명박 대통령을 제 마음속에서 수십번도 더 죽였을 겁니다.

그러나 수경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수경스님이 쓰신 한겨레 신문의 컬럼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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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경스님이 쓰신 컬럼에서..)

우리같은 범인이 세상사에 쪼달려서 내 생활, 내 자식, 내 것에 대해서 집착하는 동안, 우리 나라의 진정한 종교인들께서는 자기 안에 있는 삶의 모습을 성찰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자기 안에 있는 탐욕과 이기심이라는 것이 결국은 운하를 만들었고, 나아가 미친 쇠고기까지 미친듯이 수입하게 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마음이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생기는 방법이 있는가 봅니다. 종교의 큰 어르신의 순례길처럼, 한강과 낙동강을 걸어보겠다고 나선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스스로가 순례단이라고 불리기에는 부끄러워 '술래단'이라고 부른다고 하는 티없이 맑은 중고등학생들이었지요.

태어나서 난생처음 강가를 걸으면서 텐트에서 자고 직접 강을 느끼고 강물을 건너보고 강의 냄새를 맡아보고.. 그렇게 지내는 아이들 중 한 명이 이런 시를 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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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는 않았지만, 강을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희한한 일이 있나봅니다.


이미 이명박 비판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흐름이 생겼고, 저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촛불이 피어오르는 한 우리 기성 세대들 (특히 대학생과 30,40대 어른들) 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사회를 만들어간 것은 이명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는 '남보다 더 돈 많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5월 24일에 100일 넘는 순례길을 마치고 순례단의 어르신들께서 서울에 들어오십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십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촛불을 들게된 우리 중고등학생들, 자녀 걱정에 밤새 광우병 관련 자료를 보며 걱정하는 우리 어머니들, 그리고 이런 현세태를 지탄하며 바뀌기를 바라는 많은 네티즌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십니다. 그리고 이미 그런 자리를 만드시고 많은 분들이 참석하시기를 기다리시고 계십니다.

남산에 올라 한강을 바라보고 (잘 보이지도 않겠지만), 숭례문을 거쳐, 보신각 앞까지 걷고, 그리고 자기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눌 그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ps. 나눔님의 글을 보고 기뻐서 씁니다.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17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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