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를 난생 처음 보았다. ^^

Bookmark and Share
KAIST에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을 듯한 몇몇 행사들이 있다.
건강달리기, 축제 기간 중의 나이키스트, 기계과의 해설이 있는 음악회, 그리고 KAIST 문화행사.

그 중에서 가장 재밌다 생각이 드는건 KAIST 문화행사다.
KAIST 문화행사는 1986년 4월부터 한달에 두번 정도 있는 행사인데,
음악회, 연극, 전통극, 오페라, 클래식 공연 등이 열린다.

나도 처음 석사로 이 곳에 왔을 때, 평소에 접해보지 못하던 공연을 이렇게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그러나, 바빠서 자주 못 찾아간 적이 많아 못내 아쉽기만 하다.
요즘에도 봄, 가을 두 번 문화행사 스케쥴이 나오는데, 그 때마다 가고 싶은 공연을 찾아보고 있다.

이번 봄 문화행사 마지막 공연은 491회 공연인, 바이올린과 하프 연주였다.
피호영, 피여나 부녀가 바이올린과 하프를 연주한다고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SAMSUNG | SAMSUNG AU75C | 1/21sec | Flash did not fire

<난생 첨 본 하프>

하프라...
고풍스럽고 소리가 청명,청아한 악기.
하프를 가지고만 있어도 대학에서 시험도 안 보고 받아 준다던 초고가의 악기.
그런 하프 공연을 한다니, 만사를 제쳐두고 보러갈 수 밖에 없었다.

처음 곡이었던 피호영 씨의 "사랑의 인사" 연주는 여유있게 들렸다. 베테랑 연주자 답게 연주간의 여유는 듣는 사람으로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두 번째 곡은 모짜르트의 피아노/바이올린 협주곡 같았는데.. 사실 잠이 오더라. ㅋㅋ
협주곡은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악장의 연주가 끝난 후에는 원래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들었다. 근데, 문화행사 와서 한번도 그런 경우에 박수 안 치는 경우를 못 봤다. ㅎㅎ
제발 박수 먼저 치지 말고, 옆 자리 사람이 박수 치는거 좀 보고 쳤으면 좋겠다.

그렇게 두 곡이 끝난 다음에 약간의 시간이 있었는데 (아마도 피아노/바이올린 <-> 피아노/하프 연주 사이의 시간적인 공간을 두기 위한 것인듯)
그 시간에 2층의 초딩들이 휴식 시간인 줄 알고 엄청 떠들었다.

문화행사가 참 좋지만, 그 초딩들 (또는 중고딩)이 개념을 상실하고 친구 이름을 불러대거나, 저네들끼리 낄낄 큰 소리로 웃거나하는건 사실 연주자들에게 굉장히 민망하다.
거기다가 요즘엔 대학생들 (이 곳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개념을 상실하고 연주 곡 중간중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닌다거나, 공연 시간에 늦어서 곡 중간중간에 자기 자리를 찾아가거나 하는 모양이 굉장히 보기 좋지 않았다.

이런 공연이 공짜라서 그렇다는 소리가 많긴 한데, 정말 단 돈 천원이라도 받으면 이런 쪽팔린 공연감상태도는 나오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아무리 자유분방한 세대라고 하지만, 적어도 예의는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 결국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 자유분방함이 자기에게 비수로 꽂힐 날이 올꺼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어쨌거나, 드디어 피호영씨가 따님인 피여나 양과 함께 무대에 나오고, 피여나 씨가 하프 앞에 앉았다.
하프에 손이 닿아 첫 음을 뜯는 그 순간.
오... 그 하프의 소리라는 것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큰 악기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신 큰 그 하프의 소리라는 것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프 소리를 직접 듣게 되다니... 멋지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한곡이 끝나고 두 분이 인사를 했다.
손바닥에 불이 나게 박수를 쳤다. ^^
그리고 잠시 무대 뒤로 나가는 모습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잘 했다고 어깨를 두드려 주는 모습을 보았다.
부녀간에 이렇게 같은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좋아보였다.

사실 피여나씨, 92년생이다. ㅎㅎ
이제 열 일곱, 열 여덟 소녀인데, 그 수줍어 하는 모습이란.
그 마음이 느껴졌다.
거의 5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오직 자기만 쳐다보고 있고, 자기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다면, 어떨까?

다음 곡과 그 다음 마지막 곡은 피여나씨의 독주 하프 연주였다.
약간은 어설픈 듯, 마치 풋사과의 향과 같은 깨끗하지만 풍부하다고 보기는 힘든 연주 같았다.
그러나 나는 하프 연주를 직접 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연주였다.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내심 앵콜을 기대했다.
거의 대부분의 연주에서도 앵콜이 있었기에 앵콜을 기대했다.
하지만 앵콜이 없었다. 상당히 아쉬웠다.

하지만 더 기분이 나쁜건,
박수 소리 때문에 피여나씨가 앞에 나와서 인사를 몇 번이나 하러 나왔는데,
앵콜을 결국 안 하자,
뒤에서 비웃는 듯한 웃음을 웃는 것이었다.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사실 듣는 사람들의 자세가 나빠서 연주자에게 어떻게 보면 모욕으로도 보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건 모르고, 연주자의 실력만 따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내 생애에 처음으로 하프를 보았고, 하프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나름 이 곳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이런 멋진 공연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니, 복 받은거다. ^^
신고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 172 173 174 175 176 177 178 179 180 ··· 348 nex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