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나루에서 신경림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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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일째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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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남한강 길을 걸었습니다.
부모님 품안을 그리듯, 자연의 자애로운 손길이 그리워지고,
그 손길에 공명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말없이 흐르는 남한강에서 마애불에 평온과 평화를 기원하고,
명창의 서도소리와 시인의 시낭송을 통해 낭한강을 노래한 하루였습니다.


<신록이 우거진 강변을 거닐었습니다>

신록이 우거진 강변길을 걸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이 길에서 매서운 강바람과 함께 ‘운하’라는 짐을 마음에 담고 길을 걸었지만,
지금은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우리 강을 찾아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 강변길에서 만나는 우리 산하는 여전히 아름답기만 합니다.
간혹 물을 차고 오르는 물고기와 수면을 스치듯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
멀리 건너편 나지막한 산 정상의 정자 모습, 순례길에 참여하여 강변을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봅니다.
비록 전투 비행기의 굉음이 하늘길을 가르고 귀를 멍멍하게 하며,
도로변에는 인도조차 없어 신경이 바짝 곤두서게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가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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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례단은 탄금대 인근 시민운동장에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어제 예정된 탄금교까지 진행하지 못한 구간을 도보로 이동하기 위해
예정보다 이른 시간인 8시 30분경에 출발 모임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의 학생들과 서울 등지에서 오신 하루 순례 동참자들이 모인 상황에서
“자연의 조화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걸음을 시작합니다.
배우는 학생들에게 배움을 주기 바랍니다.
모두 좋은 시간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김경일 신부님의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하루 여정은 탄금대 인근의 시민운동장을 출발하여,
탄금교 - 금가대교 공사현장 - 창동마애불 - 중앙탑 공원 - 가금체육공원 - 충주조정지댐 - 중앙탑 휴게소 -
남한강 - 목계대교 - 목계교 - 목계나루터의 시비에 이르렀으며,
이 길에서 남한강은 달천과 충주천이 합수되고, 다시 남한강과 달천이 합류되며,
가금면에서 하구암천, 금가면에서 대전천, 엄정면에서 원곡천과 합류된 영곡천이 합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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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대에서 충주조정지댐에 이르는 길.
그리고 충주조정지댐에서 탄금교에 이르는 길은 인도가 없는 매우 위험한 길입니다.
건너편 강변이 골프장으로 막혀있고, 군 비행장으로 막혀있어 이 길을 갈 수 밖에 없지만,
오가는 차량만을 위한 도로인 듯 사람에 대한 배려와 대책은 찾아보기 힘든 무서운 도로입니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고 안전조치를 취하여 도로를 걷는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대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비단 이 지점의 도로만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 땅 곳곳에서 도로는 넘쳐나는데, 걸어갈 길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는 꼭 필요한 도로를 만들더라도 사람과 자연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오늘 일정은 목계나루터의 신경림 선생님 시비 앞에서
“충주분들께서 문화마당을 준비해 주셔서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열심히 기도걸음 모아 가고 있습니다. 순례로 인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지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우리의 기도걸음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이필완 목사님의 기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중원창동마애불(中原倉洞磨崖佛)>

신립장군과 우륵선생의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는 탄금대를 지나면 탄금교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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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앙탑 방향으로 이동하면 만나는 마을이 창동입니다.
행정구역으로는 충주시 가금면 창동리이며,
마을 어귀에서 마을 인근의 문화재에 대한 길안내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창동리 마을과 남한강 사이에는 나지막한 산이 하나 있습니다.
개인 소유인지 도유형문화재가 있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산 정상에는 몇 개의 방갈로가 있으며,
출입구 역시 자물쇠가 걸려 있었습니다.
이 산의 맞은편 깍아지른 절벽에는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1980년 11월)된 마애불이 있습니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약 4~5m에 달하는 바위에 조각되어 있는 마애불.
고려시대에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그 오랜 세월의 무게가 그대로 그러나있더군요.
마애불 곳곳이 마모되어 확연한 윤곽 구분이 어렵지만,
여전히 자비로운 미소로 남한강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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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의 수경스님은 불편한 다리를 걱정한 여러 사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와 마애불에 기도를 드렸습니다.
강이 평화롭게 흘러가서 사람들의 마음에도 평화가 이어져, 우리 사회도 평화롭기를 기원드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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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남한강을 오갔을 수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마애불에 안녕을 기원하였을 것이고,
그들의 진심어린 기원을 말없이 지켜주었을 마애불.
마애불이 앞으로도 그 자리에서 계속 남한강 물줄기를 지켜주며,
우리 사회가 운하 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기보다 지혜로운 상생의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기원해봅니다.

참고로 여기 창동리에는 고려 중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원창동리약사여래입상(충북유형문화재제271호),
고려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원창동오층석답(충북유형문화재제8호)가 있습니다.



<탄금교. 철거 예정 다리를 지나며>

오늘 순례단은 운하가 만들어지게 될 경우 철거 될 다리를 지났습니다.
순례단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이 다리에는 매우 많은 차량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탄금대 인근의 탄금교는 운하가 추진될 경우 철거될 다리라고 합니다.
운하를 만들겠다고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건설회사 컨소시엄 자료에 보면,
충주지역 다리는 목계교, 목계대교, 금가대교(공사중), 탄금교, 탄금대교(공사중), 달천교, 달천철교가 나옵니다.
충주 시내에서 수주팔봉까지 구간 중 제외된 다리는 단월교, 유주막다리, 노루목다리, 팔봉교가 있습니다.
자료에서 노루목다리와 유주막다리가 왜 제외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2개의 교량은 매우 큰 교량이나, 다리 높이 자체가 매우 낮아
여기에 배가 다닐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다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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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료에 보면 충주지역 교량 중에서 운하 공사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리는
현재 새로 만들기 위해 공사중인 금가대교(1,320m)와 (신)탄금대교(580m)에 불과합니다.
가장 규모가 큰 목계대교(1,302m) 조차 하상 굴착량이 9.1m에 달하며 결과적으로 보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탄금교는 아예 철거대상으로 검토되어 있더군요.
충주지역 다리 중 달천철교(높이 부족으로 개축), 달천교(높이 부족으로 개축), 탄금교(철거),
목계대교(하상굴착에 따른 보강), 목계교(높이 부족으로 전면 개축)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새로 만들기 위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다리를 제외하고
충주지역 교량은 모두 개축, 보수, 철거 공사 대상입니다.

한 정치인의 임기내 치적을 만들기 위해 멀쩡한 다리들을 뜯어 고치겠다는 발상.
언제적 시대에나 가능한 발상일까요?
충주 한 지역에서도 이 상황인데,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교량을 공사해야 할까요?
막대한 토목 공사에 투입되어야 하는 재원이 어디에서 나오며,
교통대란은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달천철교 이후 상륙구간의 교량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등등 모든 것이 의문입니다
.



<서도소리 명창과 시인의 기억>

오늘 순례단은 탄금교에서 출발하여,
가금(중앙탑)체육공원에서 ‘충주시민과 함께하는 순례단 문화행사’에서 서도소리와 참석하였으며,
이후 종착지인 목계나루터에서는 ‘신경림’ 선생님으로부터 목계나루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선생님의 어린 시절 기억에 남아있는 남한강의 모습과 뱃사공에 대한 기억을 청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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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례단은 점심 시간에 남한강을 사랑하는 충주사람들이 주최한
‘운하를 넘어 생명의 강으로, 순례단과 함께하는 남한강 문화마당’에 참여하였습니다.
신명난 삼도사물놀이 풍물소리와 순례단의 박남준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졌으며,
순례단과 충주 구간에서 여러날을 함께하였던 이영희 선생님의 판소리가 구성지게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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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사의 마지막은 서도소리 명창이신 권재은 선생님의 ‘통일비나리’와 ‘산염불’ 공연이었습니다.
그 신비로운 소리를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남한강 보전을 위해 ‘소리’로 열심히 후원해주시겠다 합니다.
순례단을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전해주신 명창 권재은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일정이 마무리되는 목계나루터에서는 민중의 애환어린 삶을 노래하신
시인 신경림 선생님께서 순례단을 맞이해주셨습니다.

여기 목계나루에는 신경림 선생님의 ‘목계장터’ 시비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예전에 다리가 없을 때 배를 타면 15분 정도 걸려 강을 건넜으며,
사공이 술을 먹고 자면 오래 기다렸으며,
중학교 때 기다리기 지루해서 막걸리를 배웠다

는 이야기부터, 목계장터와 나루터에 얽힌 민중의 삶과 애환에 대해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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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목계나루는 우리 민중들의 삶이 깊게 배인 곳으로,
운하가 생기면 여기부터 영향을 받고, 우리의 삶과 문화가 잠기는 슬픈 사태
”라고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오늘 신경림 선생님께서는 ‘4월 19일 시골에 와서’이라는 제목의 시를 직접 낭송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고향이 충주이다. 이곳을 찾아 남한강 길을 걷고,
운하로부터 지키기 위한 노력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돕겠다”하시었습니다.
행사를 마무리 한 이후에는 목계교 밑 남한강 강변을 따라 시인들과 함께 오랬동안 거닐었습니다.

서도소리 명창이 노래한 남한강과 시인이 노래한 남한강.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남한강의 생명을 지키고,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흘러왔듯이 앞으로도 평화롭게 흐르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같을 것입니다.
우거진 신록을 품에 안고 남한강은 말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노재화(함양 기독교환경연대 사무국장)님은 “어렸을 때는 모래나 흙을 가지고 장난하면서 때론 허물기도 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하는 그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복구가 어렵습니다. 가지 말아야 할 길입니다. 운하로 인해 삶의 윤택해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많은 걱정을 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라면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의 창조신앙을 새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모든 것들이 어른 위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꼭 물어봐야 할 일”이라며 지도자의 개선을 촉구하셨습니다.

“결혼기념일 가족여행 중 하루를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참여하였다”는 김민수님은 “모든 것은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최소한의 인간의 편의를 위한 활동이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운하 정책은 그러한 바탕을 완전히 허물고 모든 것을 갈아엎는 인간의 가장 좋지 않은 생각에서 나온 행위”라며 운하사업을 비판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자신이 살 집 이외에 더 많이 가지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하는 것인 문제입니다. 살아갈 정도만 있으면 된다”며 소욕지족의 삶을 권장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여쭙자 “공약을 포기해도 좋으니 운하 추진을 중단하였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의 과학교사이신 권시은님은 “운하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순례에 동참하는 것은 제 뜻을 보태는 것입니다. 또 운하를 반대할 만큼 내가 그렇게 자신 있게 살았는가에 대해 비춰보고, 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했다”고 합니다. “저는 학창시절 생물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생태계는 질서대로 산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사람이 손대면 생태계의 교란과 파괴가 일어납니다. 그렇게 파괴된 생태계가 복구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아주 길 것입니다. 그 후 재앙에 대한 결과는 인간이 받을 것이다”라고 합니다. 또 정치권과 정부당국자들이 “부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부탁하였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순례단에서는 단장이신 이필완 목사 / 김민해 목사 / 김규봉 신부 / 문정현 신부 / 최상석 신부 / 김경일 신부 / 홍현두 교무 / 김현길 교무 / 수경 스님 / 도법 스님 / 박남준 시인 / 이원규 시인이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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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순례길 동참자로는 박현규 목사님 / 장경훈(화성) / 안승길 신부(원주 불온성당) / 강정근 신부 (미리내 성당) / 노재화(함양 기독교환경연대 사무국장) / 김민수 외 3명(서울) / 조헬레나 외 1명(광장동 성당)등이 참석하였으며, 이외에도 김태훈 외 65명(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의 학생들이 오늘도 함께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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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순례팀에는 이상배(진행팀장) / 조항우(진행) / 강병규(진행) / 김희흔(진행) / 김창완(진행) / 정신화(진행) / 명계환(기수, 기록) / 김현순(동영상) / 이희섭(동영상) / 김선희(사진)님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일정 안내>

● 제88일 / 5월 9일(금)
남한강 목계교(시작점) - 덕음나루터(도착점. 충북-강원 경계)

● 제89일 / 5월 10일(토)
덕음나루터(시작점. 충북-강원 경계) - 홍호리

● 제90일 / 5월 11일(일)
홍호리(시작점) - 여주 신륵사 앞(도착점)

● 제91일 / 5월 12일(월)
휴식 / 구간 및 개인 정비

* 정확한 출발 장소 및 시간은 도보순례단에게 전화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신경림 시인께서 순례단에게 아름다운 시낭송을 선물해주셨습니다.
* 김하돈 시인께서 충주 구간에 대한 안내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운하백지화충주시민행동에서 문화행사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조 헬레나(서울 광장동 성당)님께서 반찬과 떡을 후원하셨습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 5. 8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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