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부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거기서 서남표 총장께서 외국인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거기다가 방송사까지 동원해서...
뭐,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늘어났으니, 그네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하나 보다 하고,
우리는 우리끼리 저~쪽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방송사 직원인듯한 사람이 와서는 하는 말이,
총장님이 너무 외국인들하고만 이야기를 하시는데 우리랑 약간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떠냐고 한다.
다들
'싫어요. 우리도 초상권이 있어요.'
농을 걸면서, 싫다고 그랬는데...
결국은 우리 밥 먹는 자리에 총장께서 오셨다.
먼저 나에게 몇 학년이라고 물으신다.
총장께서 상정한 공공의 적, 연차초과인 나에게 학년을 물으시다니..
"박사 5년차입니다."
"그래, 그럼 어서 졸업해야지."
"넵, ^^;;"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르네상스(?)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5년만에 석박사를 마치게 하시려고 한단다.
"대학원 수업이 왜 그렇게 많아... 16과목이나 들어야 한다면서?
10과목 정도만 들으면 되지. 무슨 대학원에서 수업을 그렇게 많이 듣냐?
어차피 계속 변하는 환경에서 대학원에 와서 배우는 학문이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맞는 말이다.
"대학원에서 배우는건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잖아? 안 그래?"
정말 맞는 말이다.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교육의 진정한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풀고 그것을 통해 더 발전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
바로 그것이 연구이고, 교육의 진정한 목표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떠먹여 주는 밥을 먹는 일에 익숙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다 대신해준다... 그런 환경에서는 더 멋진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는다.
스스로 해야 한다.
과외 하지 마라, 학원 다니지 마라.
만약 과외와 학원을 꼭 해야 겠다면, 그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율학습에 매달려라..
하는게 나의 지론이다.
물론 우리의 남표 횽아와 한 대화는 이것 만이 아니고,
연차초과를 대하는 학교의 정책에 대해서도 약간의 코멘트를 했지만,
실질적으로 총장님께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강하게 이야기 하진 않았다.
다만 우리가 처한 환경이 연구 분야마다 다르고 그걸 약간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을 뿐이다.
ps.
분명 누군가는 총장을 어떻게 저렇게 부르냐고 하는데..
뭐, 놈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이메가라고 대통령을 부르기도 하는데..
나도 좀 친근하게 총장님을 부르고 싶었단... 어이없는 핑계를 늘어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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