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어약(鳶飛魚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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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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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오붓한 순례단 행렬이었지만, 말없이 흐르는 영산강이 순례단과 우리 사회에 전해주는 자연의 이치와 순리를 들었던 날입니다. 식영정의 팽나무에서, 이름없는 들꽃에서 영산강을 보듬어 온 시간들을 생각합니다.




<연비어약(鳶飛魚躍) - 솔개가 하늘에서 날고 고기가 연못에서 뛰다>


<오붓하였던 하루 순례길>

오늘 순례단은 처음으로 순례단과 하루 순례길 동참자 1인이 참여하는 소박한 대열로
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매주 월요일은 가장 적은 인원의 순례단이 구성되었지만
오늘이 그동안 일정 중에서 가장 적었던 하루인 듯 합니다.
덕분에 조용히 영산강을 바라보며 영산강의 숨결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땅을 살리는 농업이 강를 살립니다>


오늘 오전에 걸었던 지역은 과거 일제시대에부터 추진된 간척사업으로 제방이 만들어지고 갯벌이
농지로 바뀐 지역입니다. 이후 지난 1972년부터 추진 된 영산강 간척사업에 의해 영산강 일원이
직강화되고 주변 천변 습지는 농지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영산강 4단계 간척사업은 1982년 하구언 완공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었으나,
재원마련이 어렵고 새만금 보전운동의 영향으로 간척사업에 대한 사회적 반대 여론이 높았던
1998년 7월 공식 포기되였습니다.


오늘 순례단이 걸었던 대부분의 영산강 인접 농경지에는 간척지 특성상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인공수로를 많이 볼 수 있으며, 이들 수로를 통해 농경지 폐수들이 그대로 영산강으로 유입되고,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입니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하천 스스로 정화 작용을 할 수 있는 하천변 둔치들이 거의 대부분 농지로
전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순례단은 몽탄대교까지 이어진 둔치의 대부분이 농경지로 경작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원래 갈대와 버드나무 등이 있어야 할 자리는 수많은 경작 금지 안내판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위한
지역으로 관리되고 있었고 경작되지 않은 지역은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불을 지른 자국만
무성하였습니다.
 



하천변 인근의 농촌지역에서 농약이 사용되거나 혹은 축산 폐수들이 그대로 유입되는 경우,
영산강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하구언에 막혀 담수호 상태의 강은 수질 관리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는 농법은 땅의 생명력을 감소시키고,
인접한 강에 폐수를 내보내 강의 생명력도 빼앗습니다
.
강을 살리는 것은, 강 자체의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 생활속에서 영산강으로
유입되는 도시지역 오․폐수의 발생를 줄이는 노력에서부터,
그리고 영산강의 자연 공간을 되돌리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와 공동체, 그리고 사회의 운영 방식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고,
‘운하를 만들고 준설만 하면 영산강 수질이 좋아진다’고 무모하게 주장하는 국정 지도자의
철학에서 ‘전봇대 실용주의’를 보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


<강가에서 드는 생각들>

순례단은 오늘 영산강 제방을 따라가며 많은 탄피를 발견합니다.
지역 자체가 외진 곳이기도 하며, 마을과는 거리가 먼 관계로 밀렵꾼들이 찾아오나 봅니다.
탄피를 볼 때마다 먼 길을 날아봐 생명을 잃어갔을 철새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겨울철 철새는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수천km를 이동하며 번식하고
생존해갑니다. 그러나 최근 간척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보금자리조차 없어지는 상황에서,
밀렵이라는 사회적 비양심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미안할 따름입니다.
 




순례단이 지나는 시간에 강 중간에서는 영산강 정화선이 불법그물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삼각망은 그물 사이가 작으며, 길이는 10-15m에 불과하지만, 그물 사이가 작아 치어까지 마구잡이로
남획을 하게 하며, 그 자체로 방치되어 생태계 및 수질에 악영향을 끼친다 합니다.
강 밖에서는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강 내부에서는 각종 불법어구들이 수없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삼포나루터를 지나는 시간에 ‘푸른꿈고등학교’ 학생들이 순례단에 동참하였습니다.
'푸른꿈 고등학교'는 인류의 위기, 교육의 위기에 대한 대안을 찾는 학교로서 생태교육을 그 대안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는 교육, 즉 생명 현상에서 삶의 원리를 깨우치고
모든 인간의 평등한 존엄성을 배울 뿐 아니라
나아가 자연계의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발견하며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이 공동체임을 인식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생명과 평화,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가르치는 교육이 비단 ‘대안학교’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육의 중요한 가치로서 확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오전 일정은 몽탄대교에 도착하여 종료되었습니다. 1994년에 완공된 몽탄대교는 2차선 도로로 총
연장 길이가 680m이며, 교각은 13개 정도이며 수면으로부터 교량 상판의 높이가 매우 낮은 다리입니다. 예정대로 운하가 된다면 나주시와 무안군을 이동하는 교통량이 빈번한 이 다리는 보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한 현재 영산강의 수심을 볼 때 몽탄 대교 하류 인근 지역에서부터 광주시에 소재한 광신대교까지
영산강의 대부분의 지역이 운하 화물선 수송 수로 확보를 위해 하상 준설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순례단의 오후 일정은 몽탄대교를 출발하여 당호천과 약곡천이 영산강을 합류하는 지점 인근의 몽탄면
소재지의 몽탄역에서, “모든 사람들이 기도걸음 하며 염원하였습니다. 운하 백지화가 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내딪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마음과 정성이 모아지고 우리
사회가 마음을 모으면 우리의 뜻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이필완 목사님의 기도로 종료되었습니다.


<식영정(息營亭)에 올라 영산강을 보다>

오늘 순례단은 일정을 마무리 한 이후, 무안 식영정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정자는 조선시대 한호(閑好) 임연(1589∼1648)이라는 분이 말년에 여생을 보내려고 지은 정자로,
식영정이라는 말은 이분의 호가 의미하는 것처럼 ‘한가로움을 좋아한다'는 취지로
'그림자가 잠깐 쉬었다 가는 곳’ 이라 하여 식영정으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식영정인근은 영산강 상류의 흘러온 강물이 태극문양으로 휘돌아 하류로 내려가는 지형입니다.
영산강 제1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영산강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지역이며, 식영정
자체도 영산강 유역의 대표적 정자라 합니다.

식영정 정자앞에는 500년 된 팽나무가 세월의 무게를 보여주며 영산강의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식영정 정자에는 ‘연비어약(鳶飛魚躍)’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솔개가 하늘에서 날고 고기가 연못에서 뛰고 있다’는 뜻이며,
이와 같이 ‘천지만물이 조화로이 우주의 이치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오묘한 작용’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새가 하늘에서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듯이, 강물은 위에서 아래로 멈추지 않고 흘러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며 순리일 것입니다.


영산강의 현재 상황을 보면 ‘새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는 고사성어는 이제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식영정 인근의 이산리 마을 어귀에서 만난 할아버지들은 한 목소리로 ‘영산강이 오염되어서 물고기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영산강을 자랑하시더군요. ‘영산강은 광주에서 목포까지 99굽이를 돌아
내려가며 12골이(군) 물이 만나 바다로 내려간다’고 설명을 해 주시더군요.
 



99굽이 휘돌아가며 먼 길을 달려온 영산강물은 여기 식영정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서해 바다로
먼 길을 달려갑니다.

영산강 건너편의 식영정의 500년된 팽나무가 하늘과 땅의 조화속에서 말없이 흘러가는 영산강의
과거와 오늘을 보았듯이, 앞으로 500년 동안에도 하늘과 땅과 강물의 조화를 이루어 끊이지 않고
흘러가는 영산강과 그곳을 찾아오는 우리의 아이들을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셩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순례길에는 종종 대안교육을 지향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자주 참여합니다. 우리 사회의 획일화된 입시교육을 벗어나서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순례 자체는 교육이자 일상 생활의 연장이라 합니다.


함께 참여한 '푸른꿈고등학교'의 이혜수 학생은, 
인간위주의 편리함이 자연과 뭇 생명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며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합니다.

어린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와 국토에 대해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가 무엇을 남겨야 할지도 새롭게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린 청소년은 우리 사회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거울이자 미래입니다.
이들에게 생명의 소리를 전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해남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다는 임선현님은
“농번기가 다가오는 시기라 할 일이 무지 많지만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고 싶어서 순례에 동참하게
되었다
”고 하시며,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고성장 산업화로 인해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운하 건설에 대해 서두르지 않고 숙고해 줄 것을 희망하셨습니다.


땅의 생명을 일구는 농업이 살아야 국토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농업을 포기한 사회는 땅의 투자의 대상으로만 이해하고, 생명의 지대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

우리 사회 농업이 살아야 자연과 국토가 살아날 수 있는데, 갈수록 농업을 포기하는 정책만 계속되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만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순례단에는 멀리 독일에 간호사로 파견되어 나갔다가 지금은 치과병원을 운영하신다는
박정숙님이 순례단에 참여하였습니다. 독일에서 한국을 방문하였던 길에 이번 순례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시게 되었다 합니다.


박정숙님은 독일의 운하와 관련한 상황을 소개하여 주시기도 하면서 “대한민국은 작고 삼면이 바다이며,
금수강산이 수려한데 무엇 하러 운하건설 하려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운하 추진정책이 한국에서 논쟁이 되는 상황과 관련하여,
사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가치도 문제가 많지만 1차적인 책임은 국민들에게 있는 것 같다.
현재 한국사회는 지식인도 많고 고학력자도 많지만 사실 환경, 생태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것 같다
” 는 문제점을 지적하셨습니다.



순례단은 이렇게 오늘도 하루 순례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더 많은 내용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명과
평화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순례단을 이끄는 기운은 순례단과 함께 생명의 마음과 평화의 발걸음을
함께 나누는 참여자 여러분 모두에게서 나옵니다.
오늘 순례길에 함께 참여해주신 분들게 감사를 드립니다.


 

* 도보순례 1일 참가 일정과 수칙은 www.saveriver.org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순례단의 하루소식에 약간의 수정과 편집을 거쳤음을 양해바랍니다. 원문을 보고 싶으시면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홈페이지(www.saveriver.org)에서 '54일째'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2008. 4. 7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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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tjryu BlogIcon 미리내 2008.04.11 09:3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렇게 천박한 이를 뽑은 것은 개발 이익에 광분한 유권자들이 아니고 누구겠습니까? 견제받지 않고 치달아온 박정희 개발독재의 관성에 저항하시는 경건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숙연해집니다.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08.04.11 09:44 신고 address edit & del

      네 맞습니다. 저도 이 문화에 함께 하면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들 스스로의 가치관이 바뀌면 운하는 자연스레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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