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깍으면서
정리하지 않은 잔상들 2008/01/21 15:46
1.
연필을 깍고 있노라면, 21세기도 이제 10%나 지나가는 시점에 내가 "연필"을 깍고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러면서 어릴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국민학교(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는 칼 만지면 다친다시면서 연필을 깍아주셨습니다. 대여섯 자루를 뾰족하게 깍아주시면, 필통에 넣어서 학교가서 뭉뚝해질때까지 쓰곤 했죠.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일수였는데, 그 때마다 뭉뚝한 연필로 공책에 글을 쓰면 글씨 쓰기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얼마가 지나서 드디어 엄마가 저한테 연필 깍는 법을 가르쳐주시면서 저도 스스로 연필을 깍을 수 있게 되었죠. 근데 아무리해도 예쁘게 깍이질 않는겁니다. 끝을 뾰족하게 만드는 것도 어려웠고, 동그랗게 나무를 매끄럽게 깍지도 못하고 못난 모양이 되기가 십상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조금 지나자 매일 연필 깍는게 얼마나 귀찮은지...
그러다가 나온 '하이-샤파' ^^
저 연필 깍이에 연필을 깍으면 정말 동그랗고 매끄럽고 뾰족한 연필이 순식간에 나오는거 아니겠습니까
고학년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제 필통 속의 연필들은 저학년들의 수준 낮은 필기구로 되어 버리고 좀 있어보이는 샤프가 연필을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뾰족한 끝을 가지고 있고, 깍을 필요도 없고, 만능이었죠. 가끔씩 샤프심이 부러져서 막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연필 깍는 귀찮음을 덜어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습니다.
2.
서예는 지금도 하고 싶은 '예술'입니다. :)
그냥 까맣게 보이는 굵은 선 안에 보이는 힘의 강약이란건 붓글씨를 해 본 분들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서예는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묵향'을 첫째로 꼽고 싶습니다. 좋은 먹은 갈면 갈 수록 향긋합니다. 그리고 그 향긋함은 마음을 안정시켜주기도 했고요.
그러나 항상 문제는 붓글씨를 쓰는 시간보다는 먹을 가는 시간이 엄청 많이 걸렸다는 거죠. 거의 한 20분 정도는 갈아야 어느 정도 붓글씨 연습을 할 만한 먹물이 나옵니다. 그렇게 20분을 갈다 보면 처음에는 어깨가 얼얼할 정도죠. 그러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귀찮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먹을 벼루에 꾹 눌러서 후다닥 갈아서 쓰기도 하고, 히멀건 덜 갈린 먹물로 성의 없이 붓글씨 연습을 하기도 했죠. ^^
학교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미술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먹을 20분 30분 갈만한 시간이 없죠. 그래서 다들 문방구에서 먹물을 사서 썼는데. 그 먹물은 색만 까만색이지, 먹물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냄새도 고약했고. 원래 먹의 향은 전혀 안 났거든요...
3.
기다림.
왜 선배들은 연필을 깎고, 먹을 갈고 그랬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서도 삶을 바라보는 생각은 훨신 깊고 넓었잖아요.
그 생각의 깊이는 어찌보면 연필을 깍는 일로부터 시작하는건 아닌가 싶습니다.
- 비슷한 내 생각
* 2007/06/08 - 수학 문제는 머리가 푸는게 아니라 손이 푸는 것이다
* 2007/07/20 - "니나 잘 해라..." - 내 아이는 나를 닮는다.
연필을 깍고 있노라면, 21세기도 이제 10%나 지나가는 시점에 내가 "연필"을 깍고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러면서 어릴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국민학교(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는 칼 만지면 다친다시면서 연필을 깍아주셨습니다. 대여섯 자루를 뾰족하게 깍아주시면, 필통에 넣어서 학교가서 뭉뚝해질때까지 쓰곤 했죠. 그러다가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일수였는데, 그 때마다 뭉뚝한 연필로 공책에 글을 쓰면 글씨 쓰기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얼마가 지나서 드디어 엄마가 저한테 연필 깍는 법을 가르쳐주시면서 저도 스스로 연필을 깍을 수 있게 되었죠. 근데 아무리해도 예쁘게 깍이질 않는겁니다. 끝을 뾰족하게 만드는 것도 어려웠고, 동그랗게 나무를 매끄럽게 깍지도 못하고 못난 모양이 되기가 십상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조금 지나자 매일 연필 깍는게 얼마나 귀찮은지...
그러다가 나온 '하이-샤파' ^^
저 연필 깍이에 연필을 깍으면 정말 동그랗고 매끄럽고 뾰족한 연필이 순식간에 나오는거 아니겠습니까
고학년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제 필통 속의 연필들은 저학년들의 수준 낮은 필기구로 되어 버리고 좀 있어보이는 샤프가 연필을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뾰족한 끝을 가지고 있고, 깍을 필요도 없고, 만능이었죠. 가끔씩 샤프심이 부러져서 막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연필 깍는 귀찮음을 덜어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습니다.
2.
서예는 지금도 하고 싶은 '예술'입니다. :)
그냥 까맣게 보이는 굵은 선 안에 보이는 힘의 강약이란건 붓글씨를 해 본 분들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서예는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묵향'을 첫째로 꼽고 싶습니다. 좋은 먹은 갈면 갈 수록 향긋합니다. 그리고 그 향긋함은 마음을 안정시켜주기도 했고요.
그러나 항상 문제는 붓글씨를 쓰는 시간보다는 먹을 가는 시간이 엄청 많이 걸렸다는 거죠. 거의 한 20분 정도는 갈아야 어느 정도 붓글씨 연습을 할 만한 먹물이 나옵니다. 그렇게 20분을 갈다 보면 처음에는 어깨가 얼얼할 정도죠. 그러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귀찮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먹을 벼루에 꾹 눌러서 후다닥 갈아서 쓰기도 하고, 히멀건 덜 갈린 먹물로 성의 없이 붓글씨 연습을 하기도 했죠. ^^
학교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미술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먹을 20분 30분 갈만한 시간이 없죠. 그래서 다들 문방구에서 먹물을 사서 썼는데. 그 먹물은 색만 까만색이지, 먹물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냄새도 고약했고. 원래 먹의 향은 전혀 안 났거든요...
3.
기다림.
왜 선배들은 연필을 깎고, 먹을 갈고 그랬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서도 삶을 바라보는 생각은 훨신 깊고 넓었잖아요.
그 생각의 깊이는 어찌보면 연필을 깍는 일로부터 시작하는건 아닌가 싶습니다.
- 비슷한 내 생각
* 2007/06/08 - 수학 문제는 머리가 푸는게 아니라 손이 푸는 것이다
* 2007/07/20 - "니나 잘 해라..." - 내 아이는 나를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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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륜 2008/01/24 16:54
저는 지금도 연필을 잘 못깎아서.-_- 아직도 애인가봐요... 연필은 항상 아빠가 깎아주셨다는..저 사진속의 연필깎이 제꺼랑 똑같네요..^^ 랜덤으로 들렀다가 옛날생각나서 한자 적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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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친구 2008/01/25 13:22
아~ 반갑네요. 하이샤파~ ㅋㅋ
낡은 샤파가 아직도 고향집에 있는데요. 사뭇 갖고와서 깎아보고 싶단 생각이~
초등학교 다닐 때 엄마의 선택에 의해 서예부를 2년 했습니다. 그 때 인내력을 많이 배웠지 않았나 싶어요.
묵향... 이라... 언뜻 기억이 날 것 같아요.
느림의 미학,,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장작가 2008/01/25 14:08
뭔가 곰곰히 충분히 천천히 생각할 수 있다면
나와 우리가 저지르는 일들의 많은 부분이 잘 풀려가겠다 생각이 들때가 많죠.
그래서 느림의 미학이랄까 virtue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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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가 2008/01/30 16:28
맞아요. ㅎㅎ
예전에는 흔하던 것들이 지금은 잘 보기 힘든게 많아요.
연필깍기도 그렇지만, 곧 봄이 되면 찾아와야 할 제비도 보기 힘들고...
발전은 하는데, 왜 이리 삭막해지는 듯한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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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마틴 2008/02/05 20:15
애들이 샤파 연필깍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가끔 제가 손으로 깍아 주기도 합니다.
그 사각 사각하는 느낌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참 따뜻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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