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한 잔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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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라는 것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희한한 음식입니다.

1. 중국 북부의 푸슌(fushun)이라는 도시에 잠시 들른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 힘들게 들른 김에 민우형을 만나고 와야 겠다 싶었습니다. 멀리서 온 동생이 왔다는 반가움에 푸순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그랬죠. 그러다가 여전히 눈오고 추운 저녁에 밥 먹고 돌아오는 길에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길 하자고 하셔서, 진희 누나와 민우형 이렇게 세 명이서 어느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비록 밤이긴 했지만, 커다란 카페의 1층에는 아무도 없어서 뻘쭘해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 2층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담배를 뻐끔뻐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모양이 더 어색한 우리는 1층에 내려와서 창가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서빙하는 분(아가씨 ^^)가 저기서 오더니,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했는지, 쥐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영어로' 주문을 하시겠습니까?하는 거였죠. 푸순은 상당히 작은 도시라 그렇게 영어를 쓰는 서버를 두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그 서빙하는 아가씨의 부끄러운 듯한 목소리와 그 분위기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옆 테이블의 시끄러운 소리는 전혀 안 들릴 것 같이 정말 넓은 공간에 테이블도 띠엄띠엄 놓여져 있었고, 저기 한 편에는 어느 소녀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거든요.
그 날 이후, 나도 돈을 벌고 여유가 좀 생기면, 이렇게 널찍한 곳에 카페를 하나 열어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좀 분위기 있는 카페에 가면 항상 그 카페와 부끄러워하던 서빙보는 아가씨 생각이 나더군요. (물론 그 아가씨가 좀 예쁘긴 했지만요. 시간이 지나니 얼굴은 잊혀지고 그 이미지만 머리 속에 남는것 같네요.)

2. 2007년 마지막 주말 밤을 K사장님 댁에서 보냈습니다. 푸른 잎을 보기에는 이제 너무 깊은 겨울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K사장님 댁의 사모님이 만들어주신 녹차는 사진처럼 파랗고 향긋했습니다. 그 분위기에 좀 취했나 봅니다. :)
2007년 한 해를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해 왔던 분들과 함께 하니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뭔가 또 새로운 일거리가 생길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거를 정리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없이 달렸던 2007년이 지나고 나니, 2008년 한해에는 정리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뭐 잡다한 이야기 같습니다만.
저 녹차 한잔을 손에 들고 있자면, 나와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여러 사람들이 떠올라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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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6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saewooggang5 BlogIcon 다정친구 2008.01.07 23: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푸른 소나무처럼~ 이란 곡이 떠오르는 글이네요.
    매일 녹차 먹으면 더 푸르러질려나...
    밤 되니 감상적인 엉뚱함이 뭉클 올라오네요. ㅎㅎ 잠시 여유 만끽하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08.01.08 10:42 신고 address edit & del

      푸른 소나무라면, 양희은씨가 불렀던 이민기 노래 말인가요?
      지금 다시 글을 보니, 분위기에 빠져서 글이 영 감상적이고 뼈가 없는거 같네요. ㅎㅎ

  2. Favicon of http://closer0.tistory.com BlogIcon 바람새 2008.01.08 19:0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하하..저도 그때 기억이 납니다.
    그 때의 중국에서의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가끔 그 때 장작가님이 찍어준 사진을 보면서 웃음짓곤 하지요.
    아 그리고 저 티스토리 블로그 열었습니다만, 어떻게 활용을 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일단은 방치 상태입니다;;

    • Favicon of http://5bpa.tistory.com BlogIcon 장작가 2008.01.09 00:58 신고 address edit & del

      음.. 기억이 날듯 하군요.
      그 카페에 꼭 들러서 그 서빙하는 아가씨 사진 좀 찍어오라고 했던거 같은데.. ㅋㅋ

      바람새께선 글을 잘 쓰시니, 사진이나 그림만 잘 붙이면 금방 대성하실거 같으네요.

  3. Favicon of http://wannacry.tistory.com BlogIcon CoolJ 2008.01.12 22:3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대단하네-
    난 기숙사에 있었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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