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과 곡선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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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했던 장항선 기차길이 펴진다



며칠 전 네이버에 '추억의 기차길로 마지막 초대'라는 문화일보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장항선은 천안과 금강 하구의 장항을 잇는 철도라고 하네요.
그런 장항선이 선로 개량 사업으로 곧게 펴진다고 합니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 멀게 느껴져야 하는 이 소식이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우리 집 앞 앞산 순환도로가 확장되고 새로운 길이 뚫린 이야기


올 해 초 아카시아 향이 날 때 쯤에 한번 쓰긴 했습니다만, 어릴 때 제가 살던 곳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안지랑에서 살고 있었는데, 학교는 봉덕동에 있었기 때문에 매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곤 했죠.
원래는 노란색으로 표시된 도로가 집에서 학교를 갈 때 지나던 도로(앞산 순환도로)였습니다.
왕복 2차선에 차들도 많이 다니지 않던 시절이었지요.
지난 번 글에서처럼 앞산에는 아카시 나무가 많아서 봄마다 그 달콤한 향기가 계곡을 타고 2차선 도로를 넘어 우리 동네까지 풍겨져나왔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앞산 순환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었고, 지금은 왕복 4차선에 고가도로까지 생긴 엄청 큰 도로가 되었죠.

그리고 노란선으로 표시된 구도로는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이제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왕복 4차선 도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 노란색 도로는 여전히 살아남아 추억을 가진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저도 중학교 시절 저 도로를 오가며 친구들과 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며, 대학교때 연애를 도와주겠다고 몰래 차를 끌고 나와서 놀더갔던일 하며.. ^^

아직도 저 노란색 구 도로는 연애하는데는 안성마춤일겝니다.
구불구불해서 지나가는데도 아마 직선 도로보다는 서너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테죠~
나도 연애하면 차타고 꼭 저기를 같이 드라이브 했으면 좋겠습니다. ^^*



애니메이션 Car 에서 도로가 펴진 이야기

이런 곡선에 대한 추억은 저만, 그리고 한국사람만 가진 건 아닌가 봅니다.
2006년에 개봉한 픽사(Pixar)의 '카(Car)'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그 애니메이션에서도 저랑 아주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깜짝 놀랬습니다.




더 빠른 길, 돌아갈 여유도 없는 빠른 길을 위해 66번 도로를 버리고, 40번 고속도로를 만든 이야기죠.
어느 평론에서 보니,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삶의 태도, 그리고 인생의 매 순간을 즐기자는 느림의 미학을 상징한다"고 평을 해 놨네요. 딱 제 스타일입니다. :) - 그래서 제가 아직 졸업이 급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블로그질을 하는 지도 모르죠.



직선과 곡선의 전쟁의 승자는...

직선은 과거 개발, 성장 코드의 대표적인 상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도 때도 없이 공사를 하면서 더 곧게 곧게 펴려는 경부 고속도로 공사.
새마을 운동의 일환이었던 경지 정리 사업을 통해 네모 반듯하게 펴진 밭과 논.
홍수를 막아보겠다고 강을 곧게 편 하천 직강화 공사.

하지만 직선과 곡선의 승자는 현재로서는 곡선으로 기울어지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당장 여러분이 윈도우 XP나 비스타를 쓰고 계신다면 윈도우의 네 모서리를 살펴보세요.



2000년에 네모 반듯한 사각형 모서리가 우리가 모르는 새 둥글게 변했습니다. :)

직선에서 느낄 수 있는 매끈한 느낌은 더 이상 요즘 세대에는 매력을 주지 못하는게 아닐까요?
대신 곡선에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답답하고 차가운 현대인의 마음에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 말에 대선에서도 직선과 같은 하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곡선과 같이 여유있고 여러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유는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지요.
비록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그 현실의 한 순간만 잠시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눈을 다시 떠 보며 약간의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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